지난 5년간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매매시장에선 지방이 호재를 맞아 활황을 맞은 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침체기에 빠졌다. 전국 전셋값은 평균 37%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외 경제 악재 속에서 현 정부의 늑장 대응과 정책 남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의 부동산시장 동향을 살펴본 결과 이와 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매매시장에선 MB정부가 집권초기부터 쏟아낸 대책으로 수도권은 침체기에 빠졌고 개발호재를 맞은 지방은 살아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매매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4.39% △경기 -7.35% △신도시 -14.26% △인천 3.43%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출범 초기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에 주력해왔던 MB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투기과열지구해제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만 커지며 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서울 매매시장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된 강남구(-16.44%), 강동구(-13.23%), 송파구(-12.89%), 양천구(-9.92%), 서초구(-3.68%) 순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는 과천·용인 등 버블세븐과 입주물량이 많은 김포 한강·파주 운정 등 신도시 지역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반면 지방의 매매시장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5대 광역시는 31.42%, 기타 시·도 33.99% 등 30%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방은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실수요 회복과 세종시 및 평창 동계 올림픽 개발유치, 혁신 도시 등 지역별 개발 호재가 맞물려 매매값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지방에서는 전라북도가 전북혁신도시 개발에 따른 기대감으로 57.44% 올라 전국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됐던 전남 역시 48.82% 상승해 전라도권 매매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이어 부산이 거가대교(2010년12월), 부산~김해 간 경전철(2011년9월) 개통 등 교통호재로 47.76%, 경남은 통합 창원시 출범 호재로 인한 기대심리 증가로 유입되는 수요가 늘면서 46.72% 올랐다.
전세시장은 폭등을 거듭했다.
부동산써브가 5년 간 전세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32.16% △경기 33.01% △신도시 26.61% △인천 24.94% 등 수도권은 24%~33% 상승했다.
지방은 5대 광역시 46.32%, 기타 시·도 51.28%로 전국 곳곳에서 전셋값이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 정부 출범 후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예비 주택 수요층의 매수 지연과 ‘반값 아파트’를 표방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전·월세 시장에 머무르는 대기수요가 늘었다.
이로 인해 수도권에서는 전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세입자의 주거불안이 커졌다.
특히 매매 보다는 전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전셋값이 꾸준히 올라 지난해 상반기 상승률 고점을 찍었다.
서울 전세시장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하철9호선이 개통된 강서구가 42.6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광진구(39.66%), 중랑구(35.97%), 마포구(35.74%), 영등포구(35.18%) 순으로 강남권보다는 비강남권 전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경기는 화성, 여주, 남양주시 등이 전셋값 상승을 이끌었다.
지방 전세시장은 세종시, 평창 올림픽 개발 유치, 혁신도시 조성 등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매매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전셋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지방의 전세율 변화는 전북이 63.71%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전남(63.61%), 경남(59.25%), 부산(58.61%)이 뒤를 이었다.
박정욱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팀 선임 연구원은 “대외적 악재가 있는 상황에서 대책을 많이 냈지만 효과는 없었다. 집값 상승을 미리 짐작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것이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욱 짙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집값 변동이 자주일어나는 만큼 소비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또 ‘지금 당장 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등 소비자들의 주택 인식변화도 부동산시장 침체에 한 몫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