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떠나는 이시카와 ‘후폭풍 경보’

입력 2012-11-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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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PGA투어 진출… 일본투어 인기하락·대회축소 이중고 우려

▲내년부터 미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이시카와 료. 호쾌한 장타력에 비해 불안한 방향성과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력은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사진=스튜디오PGA)
일본의 ‘골프황제’ 이시카와 료(21)가 화제다.

이시카와는 11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쓰이 스미토모 VISA 다이헤요 마스터스에서 2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인들은 돌아온 ‘골프황제’에 열광했다. 2010년 11월 같은 대회 우승 이후 오랜 침묵을 깬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화제의 주인공이다.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잘 치면 잘 치는 대로 화제다. 2년간의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CF스타로서의 명성도 건재하다.

올 시즌 이슈는 단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과 새로운 메인스폰서다. 내년 시즌 미PGA투어 진출이 확정된 이시카와는 올해를 끝으로 요넥스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따라서 그가 어떤 기업의 로고를 달고 PGA 무대를 누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스포츠호치의 10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메인스폰서인 요넥스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은 올해 초부터 이시카와와 협상을 벌여왔다. 이 신문은 또 이시카와가 클럽과 모자, 골프웨어, 공프공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간 7억엔(94억원)에 캘러웨이골프와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시카와는 최근 들어 캘러웨이골프의 샌드웨지를 실전에서 사용하는 등 클럽 적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시카와가 같은 조건으로 캘러웨이골프와 계약을 한다면 일본프로골프 사상 계약금 최고금액을 경신하게 된다. 일본 골프팬들은 기대 반 아쉬움 반이다. PGA투어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일본에서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다치 타다오 와코엔터프라이즈(일본 고베) 대표는 “그는 일본인이 갖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며 “서양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력한 장타력과 과감한 플레이는 지금까지 봐왔던 일본인들의 골프와는 전혀 달랐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누구보다 심각한 고민에 빠진 건 JGTO다. 이시카와의 빈자리가 스타 부재로 인한 인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시카와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7년 JGTO 먼싱웨어오픈 KSB컵에서 쟁쟁한 선배 프로선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우승을 차지,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었다. 첫 프로대회 출전에서 최연소(15세8개월) 챔피언 기록을 갈아치우며 침체돼 있던 JGTO에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대회장은 언제나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갤러리로 장사진을 이뤘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잘 생긴 외모는 대회 흥행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카드였다. 2009년에는 4승을 올리며 JGTO를 평정했다.

무엇보다 이시카와를 대신할 스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로서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지난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2위를 차지한 마쓰야마 히데키(21)다.

이시카와와 같은 나이의 마쓰야마는 신장 180㎝에 75㎏으로 지난 2010년 아시아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우승, 2011년에는 일본 아마추어 선수 최초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등 이시카와 못지않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시카와와의 계약이 무산된 다수의 기업들은 마쓰야마를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언론은 이시카와를 대신할 일본의 기대주가 어느 정도의 몸값을 받게 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시카와의 몸값은 국내시장에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수년째 인기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 김효주(17·롯데)는 연간 5억원에 롯데와 계약, 역대 신인선수 최고액을 경신했고, 미녀골퍼 트리오 김자영, 양수진(이상 21·넵스), 김하늘(24·비씨카드)도 올해로 메인스폰서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선수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는 서승범씨는 “이시카와의 계약 조건이 달갑게 들리지는 않는다”며 “선수는 한정돼 있지만 스폰서 기업은 계속해서 늘고 있어 몸값 폭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시카와의 미국무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무시무시한 장타력은 마치 타이거 우즈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지만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롤러코스터 경기력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이나(한국명 나경우) PGA 마스터 프로는 “방향성은 장타자들의 영원한 숙제다. 타이거 우즈도 그랬듯이 그의 방향성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노승열과의 한·일 자존심 대결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로는 또 “기술적으로는 이미 검증받은 선수인 만큼 기술보다는 자기관리와 정신력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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