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최근 골프연습장 소속 프로골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수년 전에 비해 레슨을 신청하는 회원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들이 레슨을 받지 않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장기 불황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조철근 스타골프아카데미(경기 용인) 원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레슨을 신청하는 회원들이 줄고 있다”며 “하루 빨리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티칭프로의 불황은 스크린골프 붐과 함께 일어났다. 스크린골프는 필드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친구나 지인들과 게임을 즐기며 필드레슨을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동환(39·회사원)씨는 “스크린골프도 잘 치는 사람들과 함께 라운드를 하다보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며 “웬만한 레슨보다 스크린골프가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티칭프로들의 불성실한 레슨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일산에 사는 이대수(45·자영업)씨는 “골프 입문 이후 꾸준히 레슨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레슨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틀에 박힌 내용과 ‘시간 때우기식’ 레슨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혼자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골프전문채널의 레슨프로그램과 레슨 관련 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독학하는 골퍼들도 크게 늘었다. 용인대학교 골프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종철 프로는 48세에 골프입문, 56세의 늦은 나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티칭프로 자격을 취득했다. 그 과정에서 유일한 스승은 골프서적이었다.
이처럼 프로들의 레슨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티칭프로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자신만의 특화된 레슨프로그램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불황을 뚫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골퍼 김선미(39)씨는 서울 강남의 스포월드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세일즈형 레슨’이 비결이다. 그는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을 중시한다. 그만큼 폭넓은 활동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 소통하고 있다. 과거 딱딱하고 거리감 있는 프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골프용품 브랜드의 시타팀을 시작으로 다양한 미디어에서 레슨촬영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랜 선수생활로 인해 소홀했던 골프이론을 보충하기 위해 대학 골프경영학과에 진학, 좀 더 수준 높은 레슨프로그램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야구 LG트윈스의 타자 출신 조현(38)은 서울 강남의 한 골프아카데미에서 잘 나가는 프로골퍼로 통한다. 그는 은퇴 후 곧바로 프로골퍼의 길을 택했다. 그는 프로야구선수 출신 중에서도 성공한 프로골퍼다. 특화된 레슨이 무기다. 과거 야구선수 경력과 노하우를 활용, 야구스윙과 골프스윙을 접목시킨 자신만의 레슨프로그램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조현 프로는 “프로야구선수 출신 프로골퍼는 장단점이 있다”며 “비록 구력은 짧지만 이름이 알려져 있는 만큼 신뢰할 수 있다. 특히 두 가지 운동의 메커니즘을 접목시켜 특화된 레슨프로그램을 만들어냄으로써 회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레슨을 하고 있는 최성일(37) 프로도 인기있는 티칭프로다. 그러나 그에게 전략이 있다면 솔선수범이 유일하다. 레슨이 없는 시간에도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회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최프로는 “시원시원한 스윙을 회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며 “하루 중 나를 PR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레슨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 나가는 티칭프로들은 불황에도 굴하지 않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무기 개발에 앞서 티칭프로로서 철칙처럼 지키는 것도 많다.
성실함은 기본, 철저한 자기관리가 습관화 돼있어 회원들 앞에서는 휴식을 취하지도 않는다. 특히 자신만의 특화된 레슨프로그램 개발은 필수다. 틀에 박힌 레슨에서 벗어나 레슨 상대에 따라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각종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차별화된 레슨의 비결이라는 게 이들 잘 나가는 프로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