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소유·관리중인 부실 저축은행들이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10여개 저축은행이 매물로 쏟아질 예정이지만 경기침체로 인수할 주체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예보 입장에선 이미 바닥을 드러낸 저축은행 특별계정 여파로 예보기금이 10조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저축은행 매각으로 이를 타개해 보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최근 5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솔로몬, 한국저축은행 계열 5개 저축은행과 예쓰, 예솔, 예나래 가교은행 등 예보가 소유·관리 중
인 부실 저축은행들에 대한 매각진단 작업을 마무리됐다. 이에 연내에 이들 10여개 저축은행들을 매각해야 하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보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다. 그간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회생을 위해 22조원을 투입했지만 이중 7조원이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실 저축은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보의 저축은행 특별계정 차입금 15조원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공적자금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W저축은행이 금융당국에게서 경영개선명령을 받는 등 연말까지 부실 저축은행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저축은행 4곳 가운데 3곳 꼴로 적자를 냈고, 건전성 지표도 악화해 추가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떠안은 부실 저축은행 매각이 시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부실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가운데 선뜻 인수 주체가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성급하게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다시 대형 금융지주사에 부실 저축은행을 넘기는 방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한국저축은행 계열 부실 저축은행을 연내 예솔 등 가교은행으로 넘긴 뒤 금융지주사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지금은 실적 챙기기에도 허덕이고 있다”며 “더이상 추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올 초 KB금융이 제일저축은행을, 신한금융이 토마토저축은행, 우리금융이 삼화저축은행, 하나금융이 제일2ㆍ에이스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했으나 적자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