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불황은 흔히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없는 상태나 집값은 하락하는 데도 거래가 없는 두 종류로 나뉜다. 그러나 지금 과천은 집값은 하락하는데 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오히려 저가 물량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과천 지역 아파트들이 가격 하락세와 함께 매매 거래가 잘 이뤄지고 있는 이유로는 입지조건을 꼽을 수 있다.
◇과천 여전히 입지요건 매력적 = 과천은 행정상 경기도이지만 서울과 다름없는 위치에 있다. 수도권 광역버스 운행 등 교통의 요충지로 꼽히는 사당과 가깝고 강남권 진입이 1기 신도시들보다 좋다.
또 관악산과 청계산에 근접해 쾌적한 환경을 갖췄고 과학고 등 학군도 형성돼 있다. 최근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의 눈이 이곳에 쏠리고 있다. 같은 규모의 물량이라도 값이 싸면 굳이 분당이나 판교로 가는 것 보다는 낫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정부부처의 이전을 앞둔 시점에서 과천시의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주택시장의 불황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일각에선 집값 바닥론을 전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주요 부처들이 올해 말 충청남도 연기군 소재 세종시로 이주하지만 그 자리에 여성가족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이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급매물 거래는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시 소재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아파트가격이 떨어졌으나 지금은 거의 변동이 없다”면서 “집값이 내려간 상황에서 매매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이 지역의 주택거래 시장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 과천 전체 아파트단지 기준 3.3㎡당 2750만원이었던 매매가가 같은달 13일에는 2748만원으로 0.05% 하락했다. 이후 지난달 18일 2641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달 초 2638만원으로 더 떨어진 매매가는 지난 8일까지 같은 값을 유지하고 있다.
중개업자는 “급매물로 나온 물량은 금방금방 나가 현재 남은 물량은 거의 없다. 82㎡ 소형의 경우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팔렸고 109㎡, 148㎡의 거래도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천의 아파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 지역의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인하 혜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도 “최근 정부의 세제 혜택 등으로 과천시에 위치한 아파트 거래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요즘엔 집 계약 때문에 사무실을 거의 비울 정도”라고 말했다.
주요 부처들의 이전에도 수요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새로운 기관들이 청사에 들어서기 때문으로 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요소가 과천 부동상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집 거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한시적인지 꾸준히 일어날지는 이달 말을 거쳐 다음 달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제 혜택 종료가 다음 달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미 나왔다.
◇과천 부동산 활황? 재건축 시행 관건 = 과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재건축 시행업자 선정에 달려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컨설팅팀장은 “올 들어 과천시의 아파트값이 하락했다고 해서 부동산전망이 어두운 것 만은 아니다. 재건축 호재가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재건축 바람이 불었지만 경기불황으로 이 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해졌다.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과천주공 재건축 추진단지에서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이 예상됐던 과천주공2단지가 상가와의 협상 문제 등으로 조합설립인가가 예정보다 늦어져 시공사 선정이 연말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이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10대 건설사가 사업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격이 하락하고 사업이 지연되면서 현재 2~3개 건설사만 재건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팀장은 “공무원들의 이주로 인한 빈 아파트들을 어떻게 채우느냐와 재건축 추진여부에 따라 과천 주택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시공사선정이 하루빨리 마무리 되면 교통, 환경 등 에서 여전히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과천으로 수요자들이 몰려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