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건설 불황 파고 유통·무역…컨버전스로 위기 극복

입력 2012-11-0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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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건설사' 30년 꼬리표 떼고 IT·수입차 등 안정적 수익 창출…업종별 리스크 상호 보완 효과

“한 우물만 파라(?)” 건설업계에 이런 속담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수년간 이어져 온 부동산 시장 장기 불황의 여파로 주택 사업에 치중하던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면서 업계가 공멸 위기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물길이 말라 버린 곳에서 우물을 파도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융합(Convergence)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시공능력평가 22위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이 그것이다.

코오롱 글로벌은 지난해 30년 가까이 사용해 왔던 건설이라는 꼬리표부터 떼어 냈다. 지난해 무역·정보기술(IT) 회사인 코오롱아이넷과 수입차 유통 등을 영위하는 코오롱비앤에스 등 그룹 내 2개 계열사와 합병하면서 사명을 코오롱글로벌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장 재무구조에서부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조5000억원 정도이던 매출액이 올해 4조원 정도로 급격히 불어나면서 이자 비용이 감소하는 등 투자 리스크가 축소됐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추가적으로 신용등급의 단계적인 향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율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도 구축이 가능해졌다. 건설과 유통부문은 내수, 무역부문은 수출 산업을 영위하면서 사업부문 간 상호 보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업별 완충효과가 생기면서 산업별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산업이 보완해주는 구조가 이뤄졌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영안정성이 크게 상향되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건설은 4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60%의 매출은 유통과 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 코오롱글로벌이 건설사 보다는 유통·무역 회사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2011년 말 합병 이후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다변화된 사업구조로의 변모에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의 평가다.

코오롱글로벌에서는 유통사업부문의 실적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수입 자동차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25년 전부터 BMW 수입 판매를 지속해 온 자동차 유통 사업부문은 꾸준한 인프라 투자와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인력을 바탕으로 BMW 시장점유율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실제 매년 고성장을 거듭해 작년 한해 매출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무역 사업 부문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60년 가까이 이어온 무역 사업부문은 그간 축적된 트레이딩 노하우와 2개 지점, 12개 사무소, 3개 출장소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문 내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 철강 제품의 수출입 뿐 아니라 에너지, 물자 등 우리나라에 안정적인 자원 공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건설 사업부문도 진화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건설 부문은 시공뿐만 아니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인당 특허수로 이미 업계의 선두에 있는 건설부문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센터를 내세워 친환경 공법 개발과 실제 사업 적용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풍력발전, 에너지 자립섬 사업 참여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진출도 가시화하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 준공 될 김천 열병합 발전소를 교두보로 중소형 민간 발전소의 시공과 운영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IT와 유통, 무역 업무와의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복합기업으로 거듭난 만큼 결실을 맺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당장 연말부터 무역사업부문의 해외 네트워크와 건설사업부문의 강점인 수처리 기술을 결합한 해외 수처리 건설 프로젝트 수주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사업 간 역량이 융합되면서 추가적인 신사업 모델도 속속 구축되고 있다. 건설부문의 기술과 IT 유통부문의 솔루션 역량이 합쳐져 원가가 절감되고 유비쿼터스 기술 등이 도입된 첨단 건설 모델의 발굴·추진이 한창이다.

여기에 미래형 환경 산업, 민간 발전 산업, 패키지 모델화 된 의료사업시설 등 다양한 역량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지향하는 무역·유통·IT·헬스케어·건설 등 업종을 총망라한 개념인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딩(Total Solution Providing)’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다. 건설 사업부문이 국내 최초로 친환경 공법을 이용해 건설한 대구 BMW 전시장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건물에너지 절감, 급배수 통합시스템으로 20%의 수자원 절감, 고효율 실내환기 시스템 등 첨단 친환경 기술이 모두 적용됐다. 이 전시장은 BMW 본사에서 방문단을 파견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을 통해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미래의 신사업을 준비하는 코오롱글로벌의 모습은 타 건설사들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게 시장 안팎의 시각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합병 이후, ‘융합’ 이나 ‘복합’ 같은 단어가 회사 내에서도 화두가 됐다”며 “복합 종합기업으로서 올해보다는 내년, 내후년에 더 좋은 회사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 확실히 작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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