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가격의 '불편한 진실']SPA 브랜드 가격의 진실은?

입력 2012-11-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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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옷값 원산지보다 두 배나 비싸… 저가 제품은 비슷, 고가 마진 대폭 올려

▲국내 SPA 시장에 처음 진출한 자라는 빠르게 성장해 명품 취급을 받아왔지만 SPA 답지 않은 높은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사진은 명동 자라 전경.
국내 소비자는 SPA(제조·유통 일원화 시스템) 브랜드 ‘자라’의 옷을 현지(스페인)보다 21만원이나 더 주고 산다. 흔히 생각하는 물류 비용이나 관세 비용이 더 들어서가 아니다. 저가 라인의 상품에 대한 마진율을 낮추는 대신 고가 라인의 마진율을 대폭 올린 것이다. ‘자라에서 입을 만하면 비싸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투데이가 자라 스페인·한국 홈페이지의 여성의류 △재킷 △스커트 △팬츠 △원피스 △스웨터 등 5종 가격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재킷류에서 최고가격 상품인 ‘스터드 가죽재킷’의 국내 판매 가격은 49만원으로, 현지 판매 가격 199유로(28만1161원)보다 57.1% 가량 비쌌다. 스커트 류의 ‘판타지 스톤 양식 미니스커트’도 국내 판매 가격이 17만9000원으로 현지 판매 가격 69.95유로(9만8830원) 대비 55.21% 높았다.

팬츠 류의 ‘슈퍼 파워 스키니 5포렛 데님’은 현지 판매 가격(39.95유로·5만6444원)보다 국내 판매 가격(9만9000원)이 57%나 비쌌다.

자라 측은 가격 정책은 개별 품목에 대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해선 고가 정책을 쓸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자라 관계자는 “최신 트렌드를 빠른 시간 내에 선보이고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기 위해 가격대가 다양하다고 보면 된다”며 “가격 정책 자체는 글로벌 본사가 관여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 H&M은 자라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서도 최저 가격과 최빈 가격(많은 상품이 몰리는 가격)대가 낮았다. 스커트의 경우 H&M의 최저 가격은 7000원으로 경쟁사 이랜드 미쏘·제일모직 에잇세컨즈의 1만9900원, 자라 4만9000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피스는 H&M의 최저 가격이 1만5000원으로 미쏘·에잇세컨즈의 3만9900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자라(6만9000원)의 가격은 H&M의 4.6배에 달했다.

다만 H&M의 스웨터류는 최저 가격이 미쏘·에잇세컨즈보다 1.8배 비쌌다. H&M의 재킷류 최고 가격은 미쏘의 2배에 달했다.

H&M 관계자는 “관세, 세금, 환율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가격을 제공한다”며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라인업의 차이에 따라 합리적이면서 저렴한 소재, 퀄리티 있는 소재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미쏘와 에잇세컨즈는 조사 품목 전 부문에서 최저 가격이 같았다. 국내에서 이랜드와 제일모직이라는 대표 패션 기업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잇세컨즈는 팬츠를 제외하고 최빈 가격이 가장 높았다. 최고 가격은 스웨터의 경우 15만9000원으로 자라의 17만9000원에 근접할 정도다.

미쏘의 최고 가격이 최빈 가격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미쏘는 중저가 라인에 주력하고, 에잇세컨즈는 최저 가격에서는 경쟁력을 가지되 고가 라인까지 넘본다고 분석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미쏘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기존 브랜드의 10배에 달하는 1만5000여개의 다양한 스타일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며 “고객이 요청할 시 즉석에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스타일링을 돕는 등 가격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근 에잇세컨즈 상품 기획담당 팀장은 소비자의 성별 선호도를 반영한 차별화된 상품을 준비한 것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자라와 H&M의 구매 고객 70% 이상이 여성으로 유행을 반영한 제품을 많이 구매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라인에 트렌디한 상품을 전면 구성하고 남성 라인에는 베이직한 캐주얼 의류를 상대적으로 많이 기획했다는 것.

송 팀장은 “여성 라인의 경우 기존 SPA 브랜드들의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의 질 좋은 소재나 부자재를 사용하고, 동시에 한국인의 체형과 유행을 반영한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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