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금융투자 업계의 사관학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 출신이 다른 기관의 주요 직책에 잇따라 기용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선임된 SK증권 김성욱 리서치센터장(전 국민연금 주식위탁팀장 겸 리서치팀장)을 비롯해 교보증권 장재하 자산금융본부장(전 국민연금 증권운용실장), 공무원연금 유승록 자금운용단장(전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 흥국자산운용 한동주 신임 대표(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예 국민연금 출신이 자문사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초 설립된 퀀트(금융공학) 전문 자문사인 래이투자자문의 장봉영 대표도 국민연금 출신 운용매니저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도 국민연금 출신의 활약이 돋보인다.
국민연금 운용전략 실장 출신인 김희석씨는 지난해 말 대한생명 자산운영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50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운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국민연금 출신의 대량 전직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보다 깐깐해진 내부 규정 때문에 국민연금 출신의 이직이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으로부터 국민연금 퇴직자 중 66%가 금융기관에 재취업하는 등 전관예우가 심하다고 질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작도 적지 않다.
최근처럼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국민연금 출신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더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는 짧게는 3년에서 5년, 그리고 10년 이상 대규모 장기 자금을 운용해 단기 시황에 휘둘리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시장 활성화는 물론 질적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