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품격만을 고수하던 구세대 골퍼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룰도 중요하지만 결과 역시 중요해서 스코어에 만족하지 못하면 납득할 수 없다. 아무리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도, 수려한 패션을 자랑하는 제품도 실용주의 골퍼 앞에서는 그 가치가 빛나지 않는다.
이처럼 실용주의 골퍼들이 크게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장기 불황과 골퍼들의 연령대가 젊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브랜드 네임과 명품만을 선호하던 골퍼들의 소비패턴을 바꿔놓았고, 여기에 젊은 층 골퍼들이 가세하면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골프가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주요 골프용품업체는 실용주의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능성 아이템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골프공과 그립 등 소모품을 비롯해 골프화, 캐디백 등 패션 아이템까지 실용주의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실용주의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기 아이템은 골프공이다. 몇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스코어를 줄이는 데 골프공만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용품도 없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드라이버 반발계수를 통해 비거리를 늘리려 하지만 고가의 고반발 드라이버를 구입하는 대신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골프공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비거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립 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굳이 클럽을 통째로 교체하지 않아도 자신의 취향 및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그립을 채용하면 클럽을 새로 구입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유명 그립 브랜드에서 다양한 컬러와 기능성을 지닌 그립이 출시, 실용주의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밖에 볼주머니와 볼마커, 골프모자, 티 등 각종 액세서리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연출하면서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대한민국 골프계는 지금 ‘기능성 골프용품 공화국’으로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