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벗어 환호에 일일이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국내 팬들과 마주한 최경주는 우승이 곧 품에 들어온다는 희열보다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 직접 와줘 감사하다는 감격스러움이 더욱 큰 듯 보였다.
최경주는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7152야드)에서 끝난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총상금 75만달러)에서 2년 연속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열었던 두 번째 대회에서 최경주는 주최자로서 대회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소음 없는 대회에 이어 담배연기 없는 대회를 만들었던 최경주다. 지난 해에 이어 갤러리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고군분투 했던 최경주는 ‘선수들만 쫓아가자’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대회전 우승생각 보다는 대회를 어떻게 하면 예전보다 더 발전시키고, 서로를 배려하는 대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신경을 많이 썼다. 대회전에는 고향인 완도에 다녀와 연습시간도 없었다. 우승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라고 소감을 밝힌 최경주다.
“후배 선수들을 위한 대회로 배려했다. 지난해 실수로 우승했다. 올해는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날카로운 샷을 내세우며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한 후에도 늘 고민이 많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승상금 전액을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우승을 하든 안하든 상금은 모두 기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돕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책임감이 생긴다. 나로 인해서 어려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샷 한 샷에 집중을 안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런 최경주이기에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작정 후배들이 찾아와도 그는 그의 집 방 칸을 내어주는 따뜻한 선배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뛰고 있는 홍순상(30ㆍSK텔레콤)이 지난 2010년 12월 골프가 뜻대로 되지 않자 무작정 최경주가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후배의 용기를 높이 산 최경주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2달 여간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왔다. 현재 홍순상은 최경주와 함께 그의 재단에서 함께 나눔을 이어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 타차로 준우승에 머문 배상문(26ㆍ캘러웨이)과 찰리 위(30ㆍ타이틀리스트) 등도 경쟁자가 아닌 선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최경주가 우승 퍼트를 넣자 기다리고 있다 샴페인 세례로 기쁨을 공유했다.
한편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CJ그룹은 대회장을 찾은 1만2500명의 갤러리 1명당 1만원을 적립, 1억2500만원을 2016년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으로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