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맞잡은 손이 떨어지기도 전에 “영화 재미있었나”란 질문을 오히려 해온다. ‘김명민 같은 배우도 흥행 걱정을 하나?’ 오히려 의아스러웠다. ‘배우 김명민인데…’
‘흥행에 대한 부감담이 큰가’란 질문에 김명민은 “난 배우란 직업을 가진 하나의 직장인이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최근 그 결과의 굴곡이 심해서 마음고생이 좀 있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김명민은 “솔직히 ‘정말 열심히 했다. 잘 봐 달라’는 말은 이젠 너무 식상한 멘트 아닌가. 대한민국처럼 영화에 솔직한 관객도 없는 것 같다. 재미없으면 가차 없다. 반면 재미가 있으면 다른 기준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김명민은 “간첩도 사람이다. 아마도 우리 주변에 있는 진짜 간첩들도 영화 속 배역들의 고민처럼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간첩은 간첩이다. 중간 중간 폭발력을 숨겨 뒀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응축된 감정을 터트린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와 드라마와 그리고 액션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안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빼어남을 자랑한다. 특히 발군의 코미디 감각은 다시금 그에게서 ‘본좌’란 타이틀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해 보일 정도였다.
그는 “김과장 역이 많이 희화화된 부분이 없지 않다. 당초 영화에선 김과장의 과거 장면이 있었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점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봤을 때는 편집을 결정한 감독님의 선택이 옮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간첩’의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과는 ‘파괴된 사나이’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같은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한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김명민은 “출연 분량을 아주 작게 해준다고 해서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속았다”며 웃는다.
김명민은 “나도 조연이나 카메오 출연 같은 것에 욕심이 있다. 그런데 제의가 없다. 제의 좀 많이 해 달라. 근데 이 멘트 너무 건방져 보이는 것 아닌가”라며 쑥스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