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60)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인터뷰 도중 대뜸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최근 즐겨하는 게임이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야구 게임이었다. 직원들을 불러모아 게임을 보여줬다.
“조 대리 이 게임 알지? 잘 모르나? 최근 인기 있는 게임인데 왜 모르지?”
박 사장은 야구광이다. 주변 지인들은 박 사장의 머리 속에는 “폭스바겐과 야구 두 가지 단어만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1982년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개막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친 이종도 설악야구부 감독(당시 MBC청룡)은 박 사장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이다. 이병규 LG트윈스 선수와는 종종 전화 통화도 한다.
박 사장은 “1994년 신인 최초로 20-20클럽(홈런 20·도루 20)에 가입한 김재현 선수(당시 LG트윈스)가 20번째 홈런을 칠 때 야구장에 있었다. 공이 내 머리 위로 날아가더라”고 말했다.
▲고객들에게 ‘폭스바겐은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딜러든 정비사든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을 오랜 시간 트레이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 구입 후 정비를 잘해줘야 된다는 얘기인가
▲맞다. 자동차 브랜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은 중요하다. 입에서 입을 통해 고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4개 가량의 정비소를 확충할 계획이다. 그런데 기술력이 좋고 서비스 정신을 갖춘 정비사가 많지 않아 쉽지 않더라.
-그럼 고객이 수입차를 구매할 때 서비스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인가
▲차는 신뢰가 필요한 제품이다. 지금 차를 사지만 나중에 다시 판다는 것도 염두해 둬야 한다. 내 차가 다시 중고차 시장에 나갔을 때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면 신뢰가 있는 제품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고장이 잘 나지 않고 정비 용이성이 있어야 좋은 수입차라고 할 수 있다.
박 사장이 독일차와 인연을 맺은 건 1978년~1986년 한진건설 유럽 주재원 시절이다.
“예전부터 차를 좋아하긴 했지만 유럽주재원으로 가 있으면서 외국차를 많이 타봤다. 그 때도 폭스바겐이 정말 가지고 싶었다. 골프를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못 탔다.”
그는 유럽주재원을 마치고 온 1989년부터 한진건설의 볼보 사업부장을 맡았다. 수입차 업무와 연을 맺은 시발점이다.
박 사장은 “당시만 해도 미국 경험은 있어도 유럽 경험이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내가 유럽 경험이 있어 유럽차 수입하는 일에 뽑힌 것 같다. 제안 들었을 때 바로 수락할 정도로 좋았다”고 회고했다.
-예전부터 차를 좋아했는데 자동차와 관련한 취미는 없나
▲차를 판매하면서 느낀 점은 차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자동차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고객의 눈높이보다 높으면 사업에 좋지 않더라. 고객이 답답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차에 대한 취미는 별로 없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직접 영업을 하는 걸로 유명하기도 하다. 30년 넘게 수입차 업무에 종사했는데 직접 차를 팔기도 하나
▲영업은 24시간 한다. 차를 파는 것은 딜러들의 몫이지만 폭스바겐을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내 몫이다. 지금 인터뷰도 고객에게 폭스바겐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입차 1세대라고 불리는데…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왔다. 산에 올라갈 때 한 번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듯이 딴 데 보지 않고 올라가기만 했다. 막상 오르고 보니 배운 것(전공이 건축공학)과는 다른 봉우리에 왔지만 말이다. 지금은 동산 정도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분들은 아버지처럼 차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
▲첫째인 딸과 둘째인 아들 모두 운전면허도 없다. 차를 몰고 싶지도 않은가 보더라. 아내도 차를 운전하는 걸 싫어하긴 마찬가지다. 집에서 차를 좋아하는건 나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보나
▲현대차는 국내에서 폭스바겐을 아직까지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현대차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포니가 처음 생산된 게 1974년이다. 40년 이란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선 것은 자동차 역사상 유례가 없다. 굉장히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박 사장은 지난주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폭스바겐 본사 임원들과 미팅이 있었다. 그는 1년에 10번 넘게 출장을 갈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낸다. 다음주에는 폭스바겐 본사에서 온 직원들과의 회의 일정이 잡혀있다. 그는 주변에서 외골수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 길만 걸어왔다. 그 결과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이미 일정이 다 찼다. 연말가지 다른 틈이 없다. 앞으로도 수입차와 관련된 업무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