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승리하는 해에는 어김없이 신용평가사 3곳의 등급이 동시에 올라가 경사가 겹치네요. ”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14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재정부 브리핑실로 한달음에 달려온 한 재정부 국장의 말이다. 현 경제상황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S&P는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앞서 피치도 지난 6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27일 한국의 등급을 ‘A1’에서 ‘Aa3’로 한 단계 올렸다. 둘 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이로써 3대 신용평가사가 20일 사이에 등급을 모두 한 단계씩 올렸다. 무디스의 올해 등급상향은 한국이 일본·중국과 신용등급이 같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뒤 이은 피치의 등급상향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일본·중국을 한 단계 앞서면서 한국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게 해줬다.
이번 S&P의 등급상향은 북한 리스크를 고려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중국·일본보다 2단계나 낮춰 보았던 S&P가 그 간격을 한 등급 차이로 좁혔다는 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외에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신용등급을 올린 해는 과거 2002년이 유일하다.
무디스는 2002년 3월 ‘Baa2(긍정적)’에서 ‘A3(안정적)’ 올렸다. 피치는 2002년 6월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했다. S&P는 2007년 7월 ‘BBB+(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올렸다.
공교롭게도 2002년, 2012년은 모두 우리나라가 최고의 축구기량을 발휘한 해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첫 4강 신화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일본을 2:0으로 격파해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땄다.
‘스포츠는 국력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3대 신용평가사 종합기준으로 볼 때 역대 최고 등급을 회복했다”며 “한국은 과거 외환위기로 인한 낙인효과에서 완벽하게 탈피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