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8월 완성차업체들이 생산, 내수, 수출 모든 부분에서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8월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산, 내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9%, 21.9%, 23.6%가 감소했다. 생산, 내수, 수출 모든 부분이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생산은 23만7477대를 기록했다. 주요 완성차업체의 파업 영향이 컸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생산은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7%, 19.6%, 17.3% 감소했다.
내수판매는 9만6648대를 기록했다. 부분파업으로 인한 공급차질과 경제침체 우려로 인한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한 8만6072대로 2009년 1월 이후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내수판매는 부분파업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0%, 12.4% 감소했다. 한국GM은 14.0%, 르노삼성도 63.0% 내수판매가 줄었다.
반면 수입차는 내수판매에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한 1만576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두 자리 수(10.9%)를 기록했다.
8월 수출은 16만4805대로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공급물량 차질 영향이 컸다.
현대차와 기아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7%, 12.8% 감소했고 한국GM과 르노삼성도 각각 13.9%, 56.4% 감소했다. 쌍용차 역시 브라질 공업세 인상 여파와 글로벌 자동차시장 위축으로 18.9% 수출이 줄었다.
국내 자동차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20%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2월(-20.9%)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생산 물량 감소로 대(對) 미국 수출이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8월1일~20일까지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12억5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자동차산업의 위축은 하반기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대외 경기 악화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부진이 대부분 노조 파업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감소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8월 수출은 현대차 등의 노조 파업 때문에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지만 향후엔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연말 기준으로 약 10%의 수출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8월엔 파업 영향이 컸지만 향후 조금씩 감소폭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경기 침체가 길어져 지난해 실적만큼 호조를 보이긴 힘들겠지만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적으로 국내 자동차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친환경차종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4.5% 급증했다. 올해 들어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량(2만271대)를 넘어서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