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만원 중에 100만원이 원리금으로 빠져나가요. 남은 돈으로 세금하고 교통비 식비 통신비 등 내고 나면 매달 마이너스죠”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유진형(33·가명)씨는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다고 말한다. 유씨는 1년 전 결혼을 하면서 서울 동작구의 20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2억원 남짓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 중 절반은 은행 대출을 받았다. 이 때부터 유씨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게 됐다. 그렇다고 임신 7개월째인 아내에게 맞벌이를 요구하기도 어려웠다. 며칠 전 유씨는 ‘급한 불을 끄고보자’는 심정으로 연이율이 25% 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유씨의 빚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유씨처럼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빚에 허덕이는 ‘렌트 푸어’가 날로 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하우스 푸어’가 집을 소유한 가난한 사람을 지칭했다면, ‘렌트 푸어’는 집 구입은 커녕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참담하다.
렌트 푸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한 전셋값에 있다. 즉, 전세금 인상폭이 가계 소득 증가분을 상회하다보니 세입자들이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2년 전세금은 전국적으로 평균 3000만원 내외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국의 신규 전세자금보증 대출 신청건수와 대출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의 대부분을 보증하고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자금보증 공급액이 4조6700억여원으로 지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급건수 역시 12만1900여건으로 지난 2008년 6만여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2년간 전셋값 급등 여파로 렌트 푸어가 늘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 도심의 1~2인 가구 공급이 활성화되고, 전셋값 상승 폭도 예년에 비해 많이 수그러진 만큼 머지않아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빚에 허덕이는 세입자라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입지와 규모의 전셋집을 물색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