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현금흐름할인(DCF, Discounted Cash Flow) 같은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주식을 고른다는 사실에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그런데 그럼에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워렌 버핏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 주식 시장만 해도 1,800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는데, 투자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기업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면서 투자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직장인, 대학생, 자영업자 등 별도의 직업이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서도 버핏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은 버핏의 평생에 걸친 투자 인생에서 일관되게 지켜지고 있다. 그는 1956년 고향 오마하에서 투자 조합을 설립해 전설의 투자 인생을 시작한 이래 몇 차례 투자법을 바꾸었다. 초기에는 현금이나 증권 같은 자산을 풍부하게 가진 기업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수익성이 높고 경쟁력이 확고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고수해온 원칙이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샌본 맵 투자에 성공한 이후 그가 다시 한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종목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였다. 이 회사는 자사가 발행한 카드로 여행자가 물품 대금을 결제하면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1964년 그는 이 회사 주식이 이른바 '샐러드 오일 스캔들'에 휩싸여 주가가 폭락하자 1,300만달러(약 160억원) 어치를 매입해 이듬해 300%의 수익을 냈다. 샐러드 오일 스캔들이란 샐러드 오일(콩기름) 대신 아무 가치가 없는 바닷물이 들어간 오일 저장 탱크에 대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회사가 사기꾼의 속임수에 넘어가 창고증권을 발행해준 사건을 말한다.
버핏은 이 원칙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사업 보고서에는 이 회사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 14개가 나오는데,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목록에 등장하는 기업을 살펴보면 코카 콜라(음료), 존슨 앤 존슨(건강관리), 월마트(유통), 크라프트 푸드(식료품)가 있고, 포스코(철강)가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또, 그가 최근 투자했다고 해서 관심을 끈 한국 기업 와이지-원은 설립 이래 절삭 공구를 만들고 있고, 대한제분은 주요 사업은 밀가루 생산이다.
왜 그는 이렇게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에 집착하는 걸까?
그는 현명한 투자자이다.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은 원재료, 제조공정, 산출물이 단순하기 때문에 몇가지 변수만 체크하면 실적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한때 매입했던 한국 기업 대한제분은 해외에서 맥아(麥芽)라는 원재료를 들여와 곰표 밀가루를 만든다. 이 회사의 실적은 국제 맥아 가격과 환율을 체크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란 나라에 그다지 조예가 깊지 않고 대한제분을 직접 방문해보지 않고서도 그가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직장인, 자영업자 등 별도 직업 있는 개인 투자자라면 버핏이 왜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고집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개인 투자자는 한국의 주식 시장의 1,800개 종목 가운데 어느 기업이든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기관 투자가를 이길 수 있는 비교 우위의 방법 중 하나이다. 삼성전자 같은 복잡한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을 놓고 개인이 기관 투자가와 경쟁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 지를 생각해보라.
이민주 버핏연구소장, 행복한 투자 이야기(http://cafe.naver.com/hankook66)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