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봄날은 언제] 미분양 아직 수두룩한데… 신규 공급 12만가구 우르르

입력 2012-08-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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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 걸린 주택시장… 수도권지역 입주물량 넘쳐나 ‘허우적’

▲수도권에만 미분양 아파트가 3만여가구나 된다. 그런데도 동탄2 등 신도시에 공급이 봇물이 이루고 있어 시장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진은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견본주택 주변 전경.
“보금자리주택을 포기하더라도 당장 수도권 주택 시장이 반등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대목은 여전히 쌓여있는 미분양 주택. 수도권 남부지역에서 A건설사 직원들이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그는“오죽하면 건설사 직원들이 무더기로 떠안은 보유한 주택 물량까지 받아서 팔아주고 있겠는가”라며 “10채를 갖고 있는 직원도 있다. 제발 좀 팔아 달라고 난리”라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 시장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깡통 아파트 속출에다 동탄2 등 2기 신도시 공급까지 겹치는 등 수도권 시장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입주 물량 산떠미…“깡통아파트 못 들어간다” = 수도권 분양 시장이 공급 과다로 허우적 거리고 있다. 특히 2010년 2월 양도세 감면 혜택 장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쏟아냈던 밀어내기 분양 물량들이 입주 폭탄으로 돌변해 가격하락을 주도하는 등 시장을 옥죄고 있다. 29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 연초부터 이날까지 수도권 입주 물량은 7만 2514가구에 이른다. 앞으로도 분양 예정물량이 5만 3115가구에 이른다. 14만 가구에 육박하는 입주 물량이 올해 쏟아져 나온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입주 물량(14만 1886가구)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업계는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입주 폭탄이 대거 쏟아져 수도권 주택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은 기존 분양가에도 못 미치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다보니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영종·청라·송도 등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분양 단지 들이다.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진행되고 있지만 깡통 아파트 속출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단지에 하자가 많을 뿐 아니라 단지 주변의 기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입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종 등 일부 예정자 상당수는 건설사, 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계약 취소,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라의 한 아파트 계약자 협의회 인터넷 카페 첫 화면에는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죽는다! 하나되어 나서자! 강력 투쟁! 입주 거부! 계약 취소!’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입주예정자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미분양 여전한데 동탄2 등 가을 분양 재개 = 신규 분양시장의 향후 전망도 더 어둡다. 역시 공급 과잉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분양 주택 적체가 심각하다보니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정부가 수도권 대책을 쏟아내도 시장이‘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동탄2기 등 건설사들이 그간 미뤄 왔던 물량을 가을 분양 시장에 쏟아내면서 미분양 가구가 오히려 크게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6만 7060가구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은 무려 2만 9392가구에 이른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는 지방 보다 수도권의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8월 이후 연말까지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부동산 뱅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말까지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은 총 12만 6727가구에 이른다. 이날까지 분양 실적이 8만 7609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21만 가구가 넘은 물량이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분양 실적(12만 1539가구)보다 9만 가구 가량 많은 수준이다. 물량 폭탄도 문제지만 가장 치명타는 역시 보금자리주택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9월 이후 연말까지 하남미사와 인천구월 자구에서 보금자리주택 총 5633가구가 공급된다. 안그래도 침체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 분양 시장에 엎친 데 덮친 겪이 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살아나기 어렵다” = 전문가들은 수도권 시장의 침체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대거 공급 등 국내 주택시장의 문제도 있지만 유럽 금융 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가 국내 주택시장을 엄슴하고 있어 전국 주택 시장을 이끄는 수도권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는 얘기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주택 경기 사이클상 이젠 업황이 살아날 때가 됐으나 글로벌 경제 위축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어 시장의 예측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금자리주택 포기나 거래세 한시 폐지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그나마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부동산 뱅크 팀장은 “기존 적체 해소나 공급 물량 감소가 병행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시장이 반등한다고 단언하기 어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단순 규제완화 카드로는 시장이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정류의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부동산 큰손들은 대선 이후 나올 큰거 한방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다”며 “단순한 규제 완화 차원이 아닌 기반시설 지원 등 신도시에 수요를 창출하는 대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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