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은 역대 우리나라를 찾아온 태풍 가운데 다섯 번째로 강한 바람세기를 기록했으며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은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29일 오전 6시 현재 차량 등 358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시설별 파손 건수는 차량 3대, 나무 125건, 유리창 56건, 간판 38건, 건물 외장 40건, 지붕 47건, 가림막 등 기타 49건이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곳은 대전·충남 지역이었다. 29일 새벽을 기해 이 지역의 태풍특보는 모두 해제됐지만 28일~29일 이틀간 9만여 가구가 정전되고 일반전화와 휴대전화의 통신이 모두 끊기기도 했다.
대전에는 이틀 동안 가로수 90여그루가 넘어지거나 뽑히고 간판·창문·지붕이 떨어지거나 깨지는 등 580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충남도내에는 이날 오전 5시까지 가로수 전도, 간판파손, 유리창 파손 등으로 인한 안전조치 출동 건수가 1080여건에 달했다. 이중 가로수 전도가 201건, 지붕 파손 197건, 간판 탈락 및 파손 359건, 창문 깨짐 123건 등이었다.
충북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보은군의 ‘정이품송’과 괴산군 ‘왕소나무’가 잇따라 훼손됐다.
또 수령이 9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북기념물 제5호인 청주 중앙공원 내 ‘압각수(鴨脚樹)’ 가지 3개도 부러졌다.
광주·전남에서는 강풍 탓에 주택·수산물 양식장 파손, 정전, 낙과 등 피해도 잇달았다. 산업단지에서도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잠시 멈췄다.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한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이날 새벽 순간 정전 때문에 일부 업체가 일시 조업을 중단했다. 피해가 난 업체는 LG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금호석유화학 등 15곳이다.
경북도내 농작물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8일 오후 6시 현재 경북도가 집계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모두 1037㏊에 이른다. 도내에선 포항의 농작물 피해규모가 가장 커 367.4㏊를 보였고 상주가 185㏊, 문경이 138.2㏊, 안동이 113.3㏊로 그 뒤를 이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던 강원도 원주는 한때 1560여가구가 정전 사태를 빚었다. 속초 대포동 외옹치항에서는 강한 파도가 물양장을 덮치는 바람에 물양장에서 영업을 하는 30여개 횟집들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정전태풍이 물러난 뒤 본격 집계가 이뤄지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여 역대 최악의 태풍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우보다 강풍의 위력을 선보인 볼라벤은 2000년 큰 피해를 줬던 ‘프라피룬’과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프라피룬은 역대 7위인 2520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겼으며 볼라벤도 현재 피해 규모 집계 중이다.
역대 가장 많은 재산피해가 난 태풍은 2002년 루사(5조1400여억원), 매미(4조2200여억원), 올가(1조400여억원)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