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업투자자 100만 시대. 대졸 취업난, 자영업자 몰락, 중장년층의 퇴직 등 총체적인 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주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가게를 차리지 않아도 종자돈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 확률은 아주 낮지만 그래도 대박의 꿈이 항상 넘실 대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전업 투자자들은 누구나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가 되길 원한다. 주식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업투자자로 성공하는 사람은 0.1%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고독하고 치열한 싸움을 매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업 투자자로 나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성민(가명 38세)씨는 6년만에 2000만원으로 10억원을 불린 전업투자자다. 김씨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했다.
23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기자가 김씨를 만난 건 오전 6시 무렵이다. 김씨는 기자가 오기 전부터 바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씨의 기상 시간은 오전 5시30분. 잠자리에서 일어난 김 씨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오피스텔로 이동한다.
김씨의 책상은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모든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의 책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4개의 모니터와 수 많은 메모장들이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 다음 꼼꼼히 메모장을 살펴본다. 메모장에는 전일 매일 체크해 놓은 해외발 주요 이벤트가 빼곡히 적혀 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메모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등이었다.
김씨는 해외 주요 언론 홈페이지에 들어가 체크했던 이벤트들에 대한 진전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밤사이 있었던 유럽 및 미국의 증시와 환율 상황을 파악한다.
해외 뉴스를 보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주장한 뉴스를 보고 또다시 메모장에 체크했다.
약 30분여간 해외 뉴스를 스크랩한 김씨는 이후 오전 7시까지 국내 종합지와 경제지를 꼼꼼하게 스크랩한다. 특히 최근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정치면으로, 대선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떤 중요 기사가 있는지 빠지지 않고 살핀다.
◇오전 7시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 모니터와 신문을 들여다봐서인지 김씨는 벌겋게 충혈된 눈을 손으로 비빈 후 잠시 눈을 감았다.
5분 정도 지나서 그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날려 보내고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이후 그는 증권사에서 나온 일일 리포트와 종목별 리포트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는 각 증권사의 리포트를 보기 위해 계좌를 만들기도 했다.
여러 증권사의 리포트들을 살펴보던 김씨는 이중 한 리포트를 따로 정리해 파일로 저장했다. 바로 A증권사에서 나온 코스닥 B사의 리포트. 왜 많은 리포트 중에 B사 리포트만 따로 정리하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B사(주식을)에서 짭짭한 수익을 낸 적이 있어 애착을 갖고 있다”라며 “탄탄한 회사임이 분명하고 오랜만에 좋은 내용의 증권사 리포트가 나와 느낌이 좋다”고 설명했다.
◇오전 8시~9시
주식시장이 개장되기 전 모든 일과를 끝낸 김씨는 이제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컴퓨터 모니터를 살피는 그는 장 개시 전 자신이 미리 집어놓은 종목들의 호가를 살피기 시작한다. 또한 오전에 미리 적어놓은 각종 뉴스 메모들과 리포트들을 살펴보면서 이날 좋은 흐름을 보일 것 같은 종목을 최우선 관심종목에 넣어 놓는다.
◇오전 9시~10시30분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김씨의 눈이 달라졌다. 자신이 미리 뉴스로 파악한 종목들의 호가를 살피던 김씨는 두 개의 종목에 베팅을 했다. B사와 C사. 두 종목의 흐름을 살펴보던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
B사의 주가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C사는 무난한 흐름을 보였다.
1시간이 지난 오전 10시경 그는 C사를 팔아 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후 10시30분경 김씨는 A사의 주식을 매도하고 6%의 수익을 달성했다.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김씨가 거둔 수익률은 7%. 이후 김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서 깬 지 4시간 30여분 만에 의자에서 일어나 큰 기지개를 켰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기자에게 “항상 이렇게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다음날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해 다시 원점으로 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월 평균으로 따지면 약 8%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오후 1시
11시가 되자 김씨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학교 후배와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이동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먼저 후배가 마중을 나와 반갑게 맞이했다. 학교 후배라는 인물은 B자문사의 직원이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두 사람은 온통 주식시장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저번에 투자한 기업은 어떤 것 같나” “회사를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올해 실적도 좋을 것 같고 사업도 이제 본 궤도에 오른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터무니없이 저평가돼 있는 것 같다” “이와 비슷한 기업을 찾아 서로 평가를 해보자”
두 사람은 약 2시간여의 점심식사를 하면서 근무시간보다 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생각에 대해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오후 1시~오후 2시
식사를 마치고 오피스텔로 복귀한 김씨는 곧바로 컴퓨터를 켠 뒤 자신이 장기 투자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와 관련 뉴스를 검색했다.
그가 장기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모두 4개. 3개의 종목은 주가가 하락하고 있었고 그나마 1개의 종목만이 소폭으로 상승세를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잠시 장기적으로 투자한 종목을 살펴본 김씨는 오후 장을 살펴보다 이내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이 끝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오늘 오후는 매매를 할 만한 종목이 없어서 일어나려 합니다. 이런 장에서 계속 주식시장만 보고 있는 것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죠”
이후 김성민씨는 자신의 매매 기록일지에 오늘 매매했던 종목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나갔다. 얼마에 매수했고, 얼마에 매도했으며 수익은 얼마나 났는지를 종목별로 기록해둔 매매일지에 오늘의 두 종목이 또다시 추가됐다.
“매매 기록을 꼼꼼하게 해두면 나중에 그 종목에 대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습관처럼 메모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장이 끝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김씨는 자신이 장기투자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기업의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한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기업은 항상 탐방을 하려하고 있습니다. 투자하려고 하는 기업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주주의 의무이자 가장 기본적인 투자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장이 끝났다고 그의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투자할 기업을 찾아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 김씨의 제2의 일과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