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정은 국제부 기자 "남아공의 눈물"

입력 2012-08-27 09:35 수정 2012-08-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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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이 심상치 않다.

마리카나 광산에서 지난 16일 수천명의 광부들이 파업을 일으키자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포했다.

결국 근로자 34명이 숨졌다. 지난 1994년 흑백 분리 정책 폐기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다.

1960년 시위 도중 69명의 흑인이 죽음을 당한 ‘샤퍼빌 학살’에 빗대 ‘마리카나 학살’이라는 말도 나왔다.

사태의 중심은 엄청난 자본력을 확보한 글로벌 광산업계다.

세계 3위 광산업체 론민을 비롯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플레티넘·로열바폰켕플레티넘 등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은 월 평균 고작 1500달러(약 170만원).

광산업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은 모른 척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인구의 12%에 불과한 백인들이 전체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번 마리카나 사태는 흑백 분리 정책 폐기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흑백 분리 정책 폐기로 인종평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백인과 흑인간의 빈부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남아공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000달러 정도다.

그러나 인구의 40%는 하루 3달러 이내 생계비로 살아간다.

국민 4명당 1명이 하루 1.25달러로 살아가는 실업자다. 이들은 대부분 흑인이다.

광업에 의존해 살아가는 국민이 대다수인데도 정부는 고질적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거대 광산업체들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한꺼번에 폭발한 셈이다.

남아공 정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정부는 일부 광산을 국유화해서라도 사회 빈곤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흘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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