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로미터’가 짙은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남성복 매출이 뚝 떨어졌고, 불황에 대비해 짧은 시간이라도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껌값도 카드로 결제하는 건수가 늘어났다. 은행과 증권사 PB들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경기변화에 민감한 패션·잡화 부문에서 남성용품의 판매가 여성용품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남성의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 감소했다. 2.2% 줄어든 여성의류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잡화 부문에서도 남성용 제품은 모두 20%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구두 매출이 27.9% 감소한 것을 비롯해 새치 염색약(―26.4%), 벨트(―24.9%), 속옷(―21.2%), 화장품(―20.1%), 지갑(―19.6%) 등 대부분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여성용품의 경우 값싼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백화점 대신 마트 매장으로 몰리면서 화장품 매출이 같은 기간 12.8% 증가했다.
백화점 3사의 지난 6월 남성의류 매출 역시 -9.7% 떨어진 반면 여성정장과 캐주얼은 각각 -6.%, -4.1% 감소했다.
남창희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은 “불황이 지속되면 여성보다 남성 상품 매출이 더 줄어든다”며 “의류·잡화는 성별 소비차이가 두드러져 남성 고객을 끌어들일 마케팅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불황에 믿을 건 현금 뿐이라는 말도 소비와 투자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1000원 미만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2122여만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껌 한 통이나 음료수 한 캔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다.
국내 PB들은 목표수익률을 7~8% 수준으로 낮추고 현금을 자산 포트폴리오의 30% 이상으로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객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한 PB센터 관계자는 “불황에 현금을 많이 들고 있다고 해서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면서 경기가 돌아설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