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 "아이돌그룹 '왕따'가 남긴 것

입력 2012-08-01 10:10 수정 2012-08-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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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네 살 된 쌍둥이 아빠다. 보기 좋게도 또 운이 좋게도 아들과 딸 각각 하나씩을 두고 있다. 통설처럼 전해지는 얘기가 딸이 아들보다 발육이 조금 더 빠르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그런지 딸은 무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아들은 아직 ‘말’이 서툴다.

둘을 키우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고 가슴이 철렁한 일도 많다. 때로는 두 녀석이 부모 몰래 사고를 치거나 싸움을 하고 한 쪽으로 책임을 미루는 나이답지 않은 발칙한 행동도 한다. 그럴 때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정도로 난감한 순간도 있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두 녀석이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아들의 얼굴에 상처가 생겨서 온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매번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있던 지 아니면 신체 어딘가에 상처가 생겨서 왔다. 정말 화가 났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화가 날 상황이다. 내 자식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는다는데 말이다. 더욱이 아들놈은 다른 또래들 보다 발달이 조금 느린 아이였다. 아직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지 못한다.

누나이자 쌍둥이인 딸한테 물어봤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몰라”만을 외친다. “동생 잘 돌봐줘야 한다”는 당부의 말로 딸에게 부탁을 한다. 이제 겨우 네 살짜리에게 하는 말이지만 부모 된 입장에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얼마 뒤 밝혀진 사건의 내막은 정말 황당하게도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의 상처 주범은 다름 아닌 딸이었다. 사건의 요지인즉슨 이렇다. 쌍둥이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부모에 대한 애정 싸움에서 벌어진 일종의 또래 다툼이다. 발달이 조금 느린 아들에게 어쩔 수 없이 손이 더 가게 된 부모의 손길을 딸이 질투한 것이다. 나와 아내의 눈길을 피해 아들에게 주기적으로 손찌검을 해온 것이다. 가끔씩 분을 삭이지 못한 아들의 딸에 대한 분풀이를 나무랐기만 했던 적이 있었다. “누나한테 그러면 못써.”

두 녀석을 한 자리에 앉혀두고 혼을 냈다. 정말 신기하게도 네 살짜리 녀석들이 무언가를 알아들었는지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서로를 끌어안고 뽀뽀를 나누더라. 쌍둥이라 통하는 게 있기는 한 것 같았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순간 뭉클한 감정에 눈물이 날 뻔했다.

네 살짜리 아이들도 알아듣는다. 순간의 감정은 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그 실수를 파악하게 중재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다 큰 눈으로 자식들의 허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손가락은 전부 다 아프다. 곯은 손가락 하나가 불편해 그 손가락을 잘라내면 그건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 된다.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퇴출 논란. 왕따 논쟁도 퇴출 멤버의 불성실했던 태도 문제도 또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억측의 양산도 모두 문제의 중심이 아니다.

‘중대 발표’라고 이름 붙여진 네 글자의 단어가 티아라도 또 퇴출된 그 멤버에게도 지금 시점에선 상처를 치료할 ‘약’이 아닌 ‘독’이다.

소속사에게 묻고 싶다. 진짜 당신들의 잘못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 남은 자식과 떠나보낸 자식에 대한 부모 입장에서 하루 빨리 사건을 마무리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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