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총체적 위기]"지으면 뭐하나 살 사람 없는데…" 줄도산 공포에 덜덜

입력 2012-07-19 09:10 수정 2012-07-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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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국내 건설

▲국내 건설업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 여섯 곳 중 한곳이 부실화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사진=연합뉴스)
“요즘처럼 어려웠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앞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유럽발 위기다 뭐다 해서 경기가 꽁꽁 얼어 붙어 있고 부동산 시장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중견건설사 한 임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폭탄 돌리기’를 거듭해 온 건설업계의 리스크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유럽발 신용경색, 얼어붙은 주택거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도래, 공공공사 물량 급감 등 건설업계에 희망적인 뉴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호조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조차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올 하반기와 내년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줄도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그룹 계열 대형 건설사도 미분양 등 주택사업에 발목이 잡혀 퇴출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등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부동산경기 침체 어느 정도인가 = MB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17차례나 발표됐다. 올해 들어서만 서울시의 뉴타운 재개발 재검토 추진에서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까지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은 오히려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6월 주택 매매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6월에 비해 주택 거래량이 29.3%나 줄어들었다. 특히 전국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3구의 경우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의 호재를 만났음에도 거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강남3구는 지난 3년간 6월 평균 거래량에 비하면 올해 6월 거래량이 51.8%나 감소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5월말 기준 6만2325가구로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준공을 하고도 주인을 못 찾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수도권에서만 1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신규주택 분양을 연기하는 등 시장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실제로 이달 건설사 합동 공급 예정이던 동탄2기 신도시는 런던올림픽 개최 이후인 다음달로 분양 시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신규 분양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회원사 72개 건설회사 가운데 절반인 36개 회사가 ‘올 하반기 분양 계획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 물량 없이 국내에서 주택사업을 위주로 하는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신규 분양에 나설 수도,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공공 물량 감소…일감 부족 = 주택 등 민간 발주 물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가뭄에 단비가 돼주던 공공공사 물량도 줄어들고 있어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 예산 조기집행의 영향으로 공공 발주 공사가 상반기에 집중된 탓에 하반기 발주 물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하반기 건설시장은 국내 수주액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8.0% 급감하는 등 심각한 부진에 시달릴 전망이다.

공공 수주가 7.7%, 민간 수주가 8.1% 각각 줄고 공사 종류별로는 토목 분야의 감소폭이 11.0%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합친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110조원(경상금액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0.6% 줄어들 것이라는 게 건산연의 관측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으로 국내 건설 수주는 전형적인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 위기 속 자산매각 생존 안간힘 = 건설사 유동성을 옥죄는 또 다른 주범이 바로‘PF대출’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PF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견건설사들은 PF상환은 만기 연장만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이 건설사들을 상대로 악성 채권 회수에 나서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PF 대출 잔액은 28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40%의 만기가 올해 몰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PF 대출의 약 9%가 ‘고정 이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대출금 28조1000억원 가운데 부실 대출이 2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또 제2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18조6000억원에 달해 실제 부실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PF 대출 가운데 부실하거나 사업성이 불투명한 대출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어서 건설사 연쇄부도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구 회생 방안에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자산매각을 통해 하반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라건설도 지난달 군인공제회에 오산물류센터(1550억원)를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제주 세인트포(450억원)와 여주 세라지오 골프장(650억원), 서울 가산동 한라하이힐(1725억원)에 대한 매각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용산 동자동 오피스(2380억원)와 우이동 콘도(1500억원)에 대한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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