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구성된 국회 환노위를 바라보는 재계의 반응이 한여름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싸늘하다. 독설과 비웃음이 가득한 냉소 뿐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있던 날, 공교롭게 재계는 환노위의 여소야대 이슈로 떠들썩했다. 국내 최대 단위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와 노동 관련 입법 활동이 주 업무인 환노위의 여소야대는 재계가 당혹감과 위협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그러나 재계의 비난은 파업을 결의한 현대차보다 환노위에 더 강했다. 또 환노위에서 다수를 점한 야당보다 소수로 전락해 버린 여당을 향한 원망이 더 노골적이었다.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단체인 경총은 “원구성을 재검토해 달라”고 여당에 공식 요청까지 했다. 국회의 원 구성에 재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이해 못할 상황과 수준은 아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의 우려처럼 환노위가 산적한 노동관련 법안을 노동계 편향적으로 처리하거나 국정감사 및 청문회에 기업인을 줄소환, 노조 요구 수용 압력을 시도할 경우 경영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 현장에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대화로 해결하기보다 노동계가 국회로 달려가는 노사관계 왜곡도 예상된다.
19대 국회 환노위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7명씩을 배치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이 1명을 배치해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7대 8로 여소야대 상임위가 탄생한 것이다.
특히 배치된 여야 의원들의 성향은 재계의 우려를 실감케 한다.
우선 야당 의원 대부분은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들이다. 위원장을 맡은 신계륜 의원은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상임집행위원 출신이고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대우자동차 노동자 대표를 역임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부천지역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경협 의원과 사노맹 출신의 은수미 의원이 포진한다. 특히 1980년대 서울노동운동연합 중앙위원장 출신인 심상정 통합진보당 대표도 환노위에 자리를 잡았다.
한 술 더 떠 야당의 친노동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여당 의원조차도 친노동계 성향의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재선인 것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의원이라는 점도 두드러진다.
어쩌면 경제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에서 노동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 여야 정치권의 개혁의지가 반영된 상임위 구성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속내는 그게 아니다. 여당 의원들에게 환노위는 기피상임위 1순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여당 의원 대다수가 환노위 배치를 원치 않았던 결과다.
새누리당이 재계의 요구대로 환노위 재구성에 나설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만 상임위 구성으로만 본다면 재계의 우려대로 노동계가 경제민주화의 첫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