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섭 교보생명 노블리에 지원팀장은 오늘날 부자에 대해 ‘금융자산을 10억원 가지고 있다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부자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산가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보다 부자들의 노력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3년부터 5000명이 넘는 자산가들을 지켜봐온 박 팀장은 금융자산으로 10억원을 가지고 있다면 부자에 속할 자격이 된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부자의 기준을 금융자산 10억원으로 잡은 것은 역으로 은행에 현금 10억원을 넣어 놓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라며 “자산을 모두 은행에 넣어 놓고 3%대 이자율을 받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금융자산이 10억원이라면 그 사람의 총자산은 최소 50억원이라고 짐작한다. 이유인 즉, 금융회사에 맡겨둔 자금 이외에 아직도 건물과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연장선으로 건물과 부동산을 가진 부모가 있다면 그의 자녀 역시 부자에 속한다고 한다. 금융자산 10억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건물이 없으면 자녀입장에선 부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금융자산은 부모세대에서 쉽게 쓸 수 있으나 건물은 매각하지 않는 이상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기 때문”라며 “강남지역의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을 임대사업자로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젊은 부자’들도 사실 그들 자신이 아닌 ‘부자인 부모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젊은 사람이 재력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구조이고, 자기 사업 외에 부자가 되는 길은 어렵다”며 “젊은 부자의 나이를 30대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젊은부자’는 없다”고 답했다. 요즘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면 서른인데,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사업이 정착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부자 아빠’가 있을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박 팀장은 “어떤 회장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28살 아들이 취직이 아닌 샌드위치 가게를 연다고 하니깐 가게를 오픈시켜주더라”며 “그 자산가 역시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실패를 직접 해봐야 재산을 지킬 줄 안다고 설명했다”고 회상했다.
자수성가로 부를 이룬 자산가들은 자녀들을 엄하게 교육시키는 반면, 재산을 물려받은 자산가들은 돈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경향이 짙어 8억~9억의 자금이 들어가는 가게도 흔쾌히 후원해 준다는 것이다.
부에 대한 교육이 뚜렷해지는 만큼 요새는 상속보다 증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자산가들이 사후(死後)에 재산을 넘기기 보다 생존해 있을 때 자산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박 팀장은 부자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부자들도 그들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한다. 자수성가 유형은 물론이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도 이것을 지키는 사람도 대단한 것”이라며 “내가 번 돈은 존경스럽고 남의 것은 아니다라고 인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