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라는 400년 명문가의 맥을 이었던 경주 최부잣집의 가르침은 우리사회 부자들에게서 남의 집 얘기였다.
부자들은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해선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펴낸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자산의 일부 혹은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응답이 1.4%에 그쳐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사회 환원을 통한 상속’ 응답 비중(17.7%)보다 훨씬 낮았다. 자녀들에게 재산 상속 또는 증여의 방법으로 가장 많은 67.3%는 ‘일부는 사전 증여하고 일부는 사후에 상속하겠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역시 ‘증여 및 상속’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총자산 규모가 50억원 이상 부자 중 40.6%가 상속세 및 증여세 절세정보에 관심을 보였다.
보유 자산의 증여 및 상속 대상(복수응답)으로는 자녀가 98.7%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배우자가 46.9%로 뒤를 이었다. 손자녀'(11.3%)와 형제 및 자매(2.1%)는 소수 의견에 그쳤다. 총자산 50억원 이상 부자들의 경우 손자녀를 증여 및 상속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15.6%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주목됐다.
증여 및 상속 자산유형(복수응답)은 부동산이 83.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금·주식·펀드가 75.5%로 2위를 차지했고 △보험(35.9%) △사업체 경영권(13.7%) △재산신탁(10.5%) △부동산신탁(8.2%) △사업체 처분후 주식인계'(5.9%) 등이 뒤를 이었다.
부자들은 더 가지지 않아도 만족스런 노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부자들은 은퇴 후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를 월 760만 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연간 9100만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부자가구의 연평균 소득 4억1200만 원 가운데 ‘재산소득’이 약 1억5000만원. 더 이상 일하지 않아서 ‘근로소득’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가정해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에서 나오는 소득만으로 노후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