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장 A(51)씨 이른바 ‘제2의 월급통장’으로 불리는 부동산 임대 수익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가를 구입하기에는 아직 자금이 충분치 않아 아파트를 한채 매입해 매달 월세를 꼬박꼬박 월급처럼 받는 주택임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임대사업 진입 문턱은 대폭 낮추고 절세 혜택은 크게 늘리면서 이미 마음이 굳힌 듯 보인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목돈이 있어도 딱히 넣어둘 데가 없다 보니 월세주택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부자들의 투자 1순위는 건물·상가 등 임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래도 믿을 건 부동산’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과거보다는 소극적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미련도 작용한다.
특히 투자용 부동산을 갖고 있는 부자들의 경우 상가(69%)를 가장 선호했다. 이어 오피스텔(41%), 아파트(38%), 사무빌딩(13%), 연립주택(5%)이 그 뒤를 이었다.
부자들은 자산 규모가 클수록 부동산 자산의 비중도 컸다. 총 자산 10억~50억원 부자는 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의 비중이 각각 50%, 42%로 거의 비슷했지만, 총 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는 부동산 자산이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목표 자산을 달성하는데도 부동산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확인됐다. 1순위 응답 기준으로는 ‘사업체 운영’을 통해서라는 답이 47.8%로 가장 많았다. 1, 2, 3순위 응답을 종합하면 미래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꼽은 사람이 81.5%로 가장 많다. 꿈이 큰 한국의 부자는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해 있다기보다 부동산이 돈을 벌어줬던 과거의 향수에 아직 젖어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부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요가 있거나 가격이 유지되거나 하는 기대치를 따지면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때문에 최근 강남 부자들 사이에선 부동산 경매시장이 화두다. 과거에는 “망한 집이어서 재수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꺼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합리적인 강남 부자들은 경매 시장을 내집과 수익형 부동산 마련을 위한 방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최고가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가 사상 첫 경매를 통해 새주인을 만났다. 감정가격은 36억원.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이날 2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격은 감정가격의 73.6%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가계의 금융자산 중 예금, 채권 등의 안정자산이 54.8%으로 미국 23.1%에 비해 상당히 높고, 저금리로 금융 수익을 통한 자산 증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현금흐름이 유지되는 수익성 부동산 투자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