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골프존에서 주최한 2012 칼슈미트 여자 G-투어 1차대회에서 17세의 여고생 최예지가 연장전 끝에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최예지도 주니어 선수 중 하나였다. 또래들처럼 주니어 대회를 나갔고 지난해 청주MBC 영동 대학교 총장배 여고부 우승을 비롯해 중고골프연맹 볼빅배 여고부 2위, 박카스배 학생 골프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각종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런 그가 프로들이 출전하는 스크린 골프대회에 모습을 보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아빠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하지만 여유로운 환경속에서 골프를 할 순 없었다.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사직서를 냈고 사실상 어머니 혼자서 다섯 식구를 책임지는 상황이었다.
다른 주니어 친구들이 필드에서 연습할 때 라운딩을 다닐 돈도, 외국으로 동계훈련을 나갈 처지도 못됐다. 사정이 어렵다보니 따로 레슨을 받을 프로도 없어 친동생과 서로 스윙을 봐주며 골퍼의 꿈을 키워갔다.
최예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한번도 불평을 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스윙을 봐주는 레슨 프로도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동생과 둘이 연습한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 외국 대신 선택한 장소가 스크린 골프장이었다. 처음엔 ‘진짜 필드와 얼마나 비슷하겠어?’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장은 겨울을 나기 위한 동계훈련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최예지는 “6학년 때 태국 전지훈련을 나간 이후로 외국을 나가본 적이 없다.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근처 스크린 골프장에서 연습을 시작했는데, 구질이며 거리가 굉장히 정확해 꾸준히 연습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2년 시절 처음 골프존이 주최하는 LGLT에 참가해 세차례 우승하며 랭킹 1위를 기록하면서 실력을 발휘했다. 어렵게 발을 들인 골프에서 희망이 보였다.
그녀는 “스크린 골프 대회를 나오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환경이 어렵다보니 제주도에서 열리는 주니어대회는 엄두조차 못 냈었다”며 “타지에서 대회가 열리면 찜질방에서 자는 건 기본이었고, 연습라운딩은 꿈도 못 꿨지만 스크린골프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예전보다 여유롭게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열리는 모든 G-TOUR에 참가할 예정이다. 스크린 골프 대회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며 고마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예지는 “스크린 골프 대회에서 실력도 쌓고, 상금도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면서도 “스크린 대회에 뿐 아니라 필드에서도 잘하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 내년 프로로 진출해서 이름을 알려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