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대해부]‘저가 폭탄’에 민간 미분양 속출…건설사 고사 위기

입력 2012-06-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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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잡는 보금자리

“보금자리 주택이 당초 취지는 제대로 못 살리고 시장만 흔들어 놨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야심차게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가며 사업을 추진했지만 품질저하는 물론이고 가격의 뚜렷한 차별화에 실패하며 미분양마저 속출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당초 ‘반값 아파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건설시장 침체와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 등이 겹치면서 사업이 제속도를 내지 못했고 이로 분양에 영향을 받은 건설사들마저 피해를 보게 되면서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때문에 여당마저 정책 폐지란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으로 인해 주택 거래와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미분양으로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서울지역 한 아파트의 모습.
◇ 어려운 주택시장, 더 어렵게 = 사실 주택시장의 어려움은 하루이틀 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건설사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세금 감면으로 분양시장이 어느 정도 되살아나는 분위기에서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사업 발표는 건설사들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보금자리주택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물론 수년에 걸쳐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는 마당에 굳이 무리해 가며 내집마련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 년동안 준비해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에겐 분양가를 낮추고 물량 공세까지 벌이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의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소형주택 수요의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면서 “생각보다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민간 건설사들의 분양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조금씩이나마 소진되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보금자리주택 확대로 다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분양가 할인, 각종 혜택을 내 놓고 있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있는 부근의 민간 아파트는 사실 미분양을 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은 출범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그린벨트 훼손은 물론이고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이 나오면서 민간주택 공급은 크게 위축됐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민간주택 공급은 39만8000가구였지만 보금자리정책이 본격화된 2009년에는 21만3000가구로 급감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도 급증하면서 주택시장을 위주로 하던 중견건설사들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에 모든 원인을 돌릴 수는 없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보금자리 주택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시평순위 100대 건설사 중 무려 30%가량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아 그야말로 건설업계는 초토화가 된 상태다.

◇ 정부, 공공임대주택에 전념해야 = 때문에 정부는 뒤늦게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 참여를 허용키로 하는 등 후속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민간건설사들이 달가워하지 않고 있고 당초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60 대 40으로 돼 있는 분양·임대 비율에서 임대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처럼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을 넘는 구조에서 가구당 2억원을 웃도는 구입비는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당초 계획보다 보급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총 3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LH 자금난이 맞물려 보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품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서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정부가 ‘임대형 보금자리주택’만 공급하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 대기 수요로 오히려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당첨자들도 추가 집값 하락과 주변기반시설 미비로 계약해지를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임대형 보금자리 주택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비난과 더불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LH는 대책으로 건설사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LH를 대신해 전용면적 60~85㎡ 중소형 주택을 민간 업체에게 분양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가구당 7500만원을 지원해 공공 아파트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수익이 크게 남는 사업이 아니고 보금자리주택에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문제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옹호론자들은 “보금자리주택이 주택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데다 건설업계에는 많은 공사물량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어 보금자리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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