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택권 vs 환자부담”…임의비급여 논란

입력 2012-06-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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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의비급여 제한적 허용

지난 2006년 12월 가톨릭대학교 부속 여의도 성모병원의 백혈병 환자와 유가족 200여명은 고액 진료비 불법청구를 이유로 성모병원을 상대로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이 유방암 환자에게 쓰이는 고가의 항암제(카디옥산주)를 백혈병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임의비급여로 사용하고 치료비를 과도하게 청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성모병원 측에 과징금 96억원9000만원과 부당급여 19억 3800만원을 환수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임의비급여’예외적 허용=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의도 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의학적 필요성 등이 인정될 경우 임의비급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원심은 병원이 이같은 요건을 충분히 증명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5년 임의비급여는 어떤 경우라도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종전 판례를 뒤집은 중요한 결정이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제도 취지에 비춰 임의비급여 진료는 원칙적으로 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정성 및 유효성과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고 △가입자 등에게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받은 경우 임의비급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진료행위의 정당성은 의료기관이 입증하도록 했다.

의료계의 오랜 논란거리인 임의비급여 진료를 제한적으로나마 공식 허용한 것이다.

◇진료자유vs환자부담=이로써 의사들의 진료선택권은 더 커지게 됐지만 비급여 남용을 걱정하는 환자측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정일 여의도 성모병원장은 “그동안 임의비급여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판결은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에 대해 인정함으로써 의료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판례를 계기로 임의비급여 치료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임의비급여 진료가 남용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죽음을 앞둔 중증환자의 경우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라고 권한다며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겠냐”면서 “이번 판결로 인해 임의비급여로 인한 중증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병원 실사를 강화해 과잉진료를 막는 것밖에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임의비급여

병원진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가 있다. 비급여 가운데도 보건 당국이 허가한 법정비급여가 있고 허가를 받지 않은‘임의비급여’가 있다. 허가 사항을 벗어난 새로운 시술이나 투약 등이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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