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제위기로 내수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열기를 망설이고 있다. 특히 내수침체에도 꿋꿋하게 ‘나 홀로’ 매출 증가를 기록했던 명품시장과 세일을 모르던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의 불패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가진 자들의 소비심리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은 ‘눈물의 세일 중’이다. 자존심을 내던진, 오직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세일행사에 돌입했다. 통상 보름 안팎이었던 백화점의 정기세일 기간도 29일부터 시작되는 올해는 최장 수준인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정기세일과는 별도로 각종 이월상품 등은 이미 세일모드로 전환해 창고를 활짝 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서울 소공동)은 15~17일 국내외 명품 및 수입 브랜드 이월상품을 30∼70% 할인하는 ‘해외 명품 행사’를 진행한다. 에트로, 코치,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모스키노, 센존, 훌라, MCM 등 30여 개 브랜드가 150억 원어치의 물량을 방출한다.
현대백화점은 15일부터 1년에 단 두 번 진행되는 시즌오프 행사를 진행하며 봄·여름 신상품을 정상가 대비 평균 20~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은 15∼17일 해외 유명 브랜드의 단독 상품 및 가을 신상품을 미리 선보이는 ‘제1회 해외 패션위크’를 연다.
신세계백화점도 15일부터 1년에 단 두번 진행하는 ‘시즌 오프’ 행사를 열고 올 봄, 여름 상품을 정상가 대비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오는 16, 17일 이틀 동안 ‘여성 꾸띠르 초대전’ 행사를 진행해 질샌더, 멀버리, 브루넬로쿠치넬리, 마르니, 마틴 마르지엘라, 마놀로 블라닉, 모스키노 등 해외 유명 여성 브랜드 19개 브랜드가 이월상품을 정상가격보다 50∼70% 싸게 선보인다.
면세점들도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8월31일까지 전국 10개 지점에서 향수·화장품·선글라스·시계 등을 최대 80%까지 싸게 판다. 신라면세점은 구찌·프라다·페레가모·아르마니꼴레지오니·막스마라 등 28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다음달 12일까지 진행한다.
명품급 고가 아웃도어웨어의 불패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최고가 아웃도어브랜드로 세일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캐나다브랜드인 아크테릭스가 매장 별로 25~40%의 브랜드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또 스위스 브랜드 마무트 등 고가 브랜드의 일부 매장들도 세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또 노스페이스는 매장별로 10~20% 세일에 나섰다.
가전업체 보상판매로 할인대열 참여
가전업체들은 보상판매와 1+1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가 6년 연속 TV부문 세계판매 1위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제조사, 모델에 상관없이 TV 사진을 찍어 매장에 가져오면 2012년형 스마트TV 구매 고객에게 최대 50만원 특별 보상 할인을 진행하는 보상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스마트TV ES7000ㆍ8000 모델을 구매할 경우 40형 LED TV와 3D홈시어터 중 하나를 증정하고, 추첨을 통해 40인치 TV를 추가로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중이다.
LG전자는 디오스 샤인 양문형냉장고와 샤인 스탠드 김치냉장고를 함께 구매한 고객에게 20만원 상당의 돌체구스토피콜을 제공하고 있다. 또 LG디오스 매직스페이스 양문형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같이 구매한 고객에 한해 50만원 캐시백과 네스카페 돌체구스토피콜로(20만원 상당) 제공한다.
이와 함께 혼수패키지 3품목(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로보킹 등 7개 중 3개를 뜻함)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12%(캐시백+포인트)의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산 수입차 FTA 2년차 앞두고 가격인하 공세…국산차 가격인사 고민 중
자동차업계에선 유럽 수입차의 할인공세가 활발하다.
다음달 1일부터 유럽 수입차는 본격적인 가격인하에 나선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2년차를 맞는 날이다. 지난해 1차 가격할인으로 8%에 이르던 관세는 5.6%로 낮아졌다. 이어 2년차인 다음달 1일 이 관세는 다시 3.2%로 내린다.
BMW는 이달부터 7시리즈 가격을 170만~200만원 먼저 내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기존대비 1.4% 가격을 낮췄다.
국산차 역시 가격인하에 고심 중이다. 첫 대상은 준대형 세단이다. 경차부터 대형차에 이르는 라인업 가운데 수입차와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갖춘 등급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출시되는 새 모델부터 가격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달초 2013년형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옵션을 정리하고 기본가격을 낮췄다. 버튼시동과 후방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을 기본품목으로 전환하고 가격은 소폭 낮췄다. 실질적인 인하폭은 더 크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아파트도 세일 중
건설회사들도 미분양 아파트 소진을 위해 일명 ‘땡처리’ 분양가 할인에 돌입해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천 약대 아이파크’ 아파트의 분양가를 9.8%에서 최대 23.3%까지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계약금도 분양가의 10%에서 초기에 2000만원만 내면 된다. 1개월이 지난 후에는 10%에서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또 고덕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고덕아이파크’ 177㎡의 잔여가구에 한해 30% 이상 할인을 해주고 있다.
동부건설도 ‘녹번역 센트레빌’의 분양가를 최대 5% 할인하고, 분양가의 최대 3%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Cash-Back)’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LH는 서울 마포구 펜트라우스 분양주택 100가구에 대해 최초 분양가보다 최고 2억5000만원, 평균 16% 할인된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잔여분에 대해 파격 할인을 내걸었다. 분양대금을 일시불로 선납할 경우 최대 1억여원의 할인을 제공하고 잔금의 50%를 3~4년간 납부 유예하는 조건도 새로 추가했다. 할인 대상은 은평뉴타운 2~10단지 우물골 마을과 마고정 마을로, 잔여분은 전용면적 166㎡ 438가구, 134㎡ 196가구, 101㎡ 3가구 등 총 637가구다.
직접적인 할인은 아니지만 계약자의 이자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할인이나 다름없는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들도 있다. 분양금액 중 마지막에 납부하는 잔금을 일정기간 미뤄주는 ‘잔금 유예’ 방식이 대표적이다. 중도금 이자의 납부시기를 연장해주는 기존 ‘이자후불제’에 비해 훨씬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수기 항공권도 할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업계도 할인 대열에 동참했다.
대한항공은 6월 한 달간 기존 30~50% 할인대상자인 유공자와 유족 본인 외에도 추가로 동반가족 1인까지 30% 특별할인을 제공한다. 다만, 국내선에 한한다.
아시아나항공도 6월 한 달간 유공자 및 동반 가족 1인에 대해 최대 50% 할인해 준다. 특히 국가유공자와 5·18 민주유공 부상자의 경우 본인은 물론 동반자도 공항세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2일 인천~칭다오 노선 신규취항을 앞두고 다음 달 18일까지 탑승할 수 있는 해당 노선 왕복항공권을 편당 20석에 한해 5만5000원에 판매한다. 6월 탑승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왕복항공권은 최저 6만6000원에 판매한다. 또 김포~제주 노선은 오는 25일부터 내달 15일 탑승 기준으로 편도 기준 1만8900원에 판매한다.
에어부산은 오는 25일까지 부산~후쿠오카 노선 주중 왕복항공권을 7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