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중등직업교육 허와 실]고졸 취업門 넓혔지만 전문 기술교육은 부실

입력 2012-06-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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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교육 연계 위해 실업계고 지원…"특성화 직업교육 부실하다" 지적도

이번 정부 직업교육정책의 문제의식은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학력 인플레이션’에서 출발한다. 고용 시장의 한 쪽에는 ‘유사이래 최고 스펙’으로 불리는 수백만의 청년 구직자가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에는 인재를 찾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 수많은 기업이 있다.

이 장관은 산업과 교육의 연계를 강화하고 고졸자의 채용을 장려하는 방식의 정책적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역점을 둔 부분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등 실업계 고교 정책이 포함된 중등직업교육이다. 고등학교 교육에서 보다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통해 바로 산업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를 만든다는 목표다. 이같은 정책의 추진에는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실업계 고교의 대학진학률이 70%까지 높아진 반면 취업률은 현저히 감소한 것에 대한 지적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실제 학생이 처한 교육 현장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취업은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고졸자가 겪게 되는 현실은 학교에서 배우는 직업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학생들을 사회적 여건 조성 없이 무리하게 일터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MB정권의 시작부터 교육정책을 이끌어 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장관은 줄곧 직업교육을 통한 산업기능인 양성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펴 왔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교과부 제1차관을 거치며 MB정권 '교육정책의 실세'로 평가받았다.
◇ 우수 신입생 몰려도...‘특성화’ 빠진 특성화고

정부가 중등직업교육과정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은 결과 실업계 고교의 위상은 높아졌다. 고졸취업의 문은 확실히 넓어졌다. 올해에만 삼성 9100명 LG 5700명 CJ 2000명 등 많은 대기업에서 고졸자를 선발하게 됐다. 대통령까지 나서 고졸채용을 독려한 결과 23개 공공기관에서도 올해 정규직과 인턴 등으로 총 4800명의 고졸자를 뽑기로 했다.

특성화고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 성적도 높아졌다. 지난해 말 서울지역 특성화고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를 보면 합격자의 중학교 내신 성적은 60.22%로 전년 평균보다 2.07% 포인트가 올랐다. 서울여상과 선린인터넷고, 해성국제컨벤션고 등 9개 학교에는 내신 성적 30% 이내의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이 어느 정도의 내실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말만 특성화'라는 지적이다. 대한공업교육학회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정부연계 특성화고에 설치된 전공의 81가 정부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양성한다는 정부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춘 교육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충남대 사범대학 이병욱 교수는 “현재 정부의 중등직업교육과정은 현재 과거 산업발전기의 상황에 맞춰져 있다”며 “특히 앞으로도 한-미 FTA와 한-중 FTA 체결 등으로 경제환경과 직업세계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육과정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졸업 후 여전한 차별…‘사회변화 함께 발 맞춰야’

게다가 실업계 졸업자들이 졸업 뒤 마주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업에 나선 고졸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얇은 월급봉투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2011 고졸자 취업진로조사’에 따르면 고졸자의 월평균 소득은 평균 131만9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에 따른 월 급여를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다.

대졸자의 임금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대졸자 평균 임금은 258만9000원에 비해 무려 127만원이나 적다. 열악한 근로환경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50%가 일하는 ‘공장’의 대부분은 24시간 주야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특성화고 실습생이 과로 끝에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자 15만2967명 가운데 취업자는 26.8%인 4만1023명에 그쳤다. 전체 졸업자 중 64.7%에 해당하는 9만9000명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했다.

취업 후에도 직장 내 학력차별 등으로 취업 이후에 대학진학을 고려하기도 한다. 고졸 사원들의 일자리 만족도 가운데 인사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9점으로 평가항목 중 가장 낮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정책이 사회적 인식이나 기업문화 개선 등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지역 특성화고 S공고 교사 이모씨는 “이전까지 특성화고 취업률이 감소한 것은 사회환경의 변화이 결과”라며 “정부가 ‘속도전’을 감행하며 이것을 갑자기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변화 속도가 정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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