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황우석 악몽’이 같은 대학·같은 분야에서 같은 사안으로 재현되고 있다. 서울대 강수경 교수에 이어 같은 대학 강경선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도 조작 의혹에 휩싸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 실수인지 고의적 조작인지는 현재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논문의 ‘과학적 오류’가 인정된 것 만으로도 자정기능을 상실한 관련학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줄기세포 분야의 경쟁적인 연구환경이 부른 일이라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연구 지원이 위축될 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7년전 황우석 사태 판박이…자정기능 어디에 = 이번 논문조작 논란도 ‘제보'에서 시작됐다. 황우석 사태와 닮은 꼴이다. 당시 학계 안팎에서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를 자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7년 동안 변한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혹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8일 한 익명의 제보자가 총 10종의 국제학술지에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교수의 사진 중복 게재 의혹을 담은 영문 이메일을 보내면서부터다. 강경선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도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의 게시판이다. 젊은 연구자들의 토론 공간인 브릭 게시판은 지난 2005년에도 황우석 박사의 논문을 문제 삼았다.
서울대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사후의 일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생명과학연구분야의 국제적 위상에는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흠집이 생겨버렸다. 서울대는 2년 전 이미 강수경 교수의 논문사진 조작을 알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상시적으로 연구윤리를 감시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의 한 연구자는 브릭 게시판을 통해 “대부분 국내 대학은 일이 생길 때만 연구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연구윤리를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을 상설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연구경쟁이 부른 결과…연구지원 위축 우려도 = 줄기세포 분야는 특히 논문 조작 파문이 잦다. 학계에서는 최근 이 분야의 급성장으로 대학간 과도한 경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생명과학 분야는 관심도와 성장 속도에 비해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올해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약 10조 6000억원 중 생명과학 분야 투자 비중은 16%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구비를 타내려면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구환경은 더욱 나빠지게 됐다. 강수경·강경선 교수가 고의적으로 논문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학계·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줄기세포 분야는 과거 황우석 사태 당시 국민여론 악화로 연구비가 급감했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제자리를 찾은 상황이다.
관련 산업계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줄기세포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연구개발업체 대표는 “기초연구분야의 논문조작 사안일 뿐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바이오 업계 전반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이 줄기세포 연구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지를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