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장·차관들이 ‘패션모델’로 나섰다.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 장·차관들은 직접 솔선수범해 에너지절약 복장인 ‘휘들옷’을 착용하며 국정 현장을 누비고 있다. 부처 내에서는 물론 외부행사에도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착용하고 있다.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이들 장·차관들이 ‘파격 의상’을 선보이면서 홍보 효과가 나타나자 지경부 내에서는 “장·차관들에게 광고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같은 옷이라는 의미의 ‘휘들옷’은 노타이, 반팔셔츠, 무릎길이 스커트 등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패션 상품이다. 한국패션협회가 범국민 에너지절약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디자이너, 의류업체, 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무리 없이 입을 수 있는 것이 다른 쿨맵시 옷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휘들옷 홍보에 가장 적극적인 이는 조석 지경부 2차관이다. 조 차관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 노란색 하와이안 스타일의 반팔 와이셔츠의 휘들옷을 입고 참석했다.
그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각 부처에 ‘자율복장’ 지침을 전달한데 따라 조 차관 외에도 타부처 장차관들이 재킷과 넥타이를 벗고 시원한 소재의 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하지만 다들 하얀색이나 옅은 파랑색 셔츠로 평소 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 차관은 유독 튀었다.
이 대통령도 역시나 관심을 보이며 장관들만 모여 있는 티 타임에 이례적으로 조 차관을 불러 “이번에 중소기업들과 지경부가 만들었다는 옷이다. 저렇게 셔츠를 바지에서 빼서 입어야 한다”며 직접 홍보를 하기도 했다.
조 차관은 “사실 그날 휘들옷을 입고 갈까 말까 매우 고민했다. 처음이라는 게 어렵지 않나. 그러나 에너지 절약을 담당하는 주무 차관으로서 쑥스러움만 견딘다면 홍보 효과 하나는 확실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조 차관의 예상은 적중했다. VIP(대통령) 홍보 효과로 국무회의가 열리는 동안 많은 부처 장·차관들과 산하 기관장들이 휘들옷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했다.
지경부 해당 과에도 휘들옷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남주 미래생활섬유과 과장은 “국세청, 환경부, 특허청, 중소기업청, 에너지관리공단,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휘들옷이 뭐냐’, ‘어디서 구매 가능하냐’라고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모엔지니어링, 기계산업진흥회 등 우리 장·차관들이 방문한 업체들에서도 ‘전직원이 입고 싶어 한다’등 다양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휘들옷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휘들옷 프로젝트 패션 모델인 유재호 사무관은 “휘들옷은 일할 때 부담이 없고 바지를 한쪽만 입은 것처럼 시원하다. 이번 주부터 공식적으로 판매가 들어갔으며 지경부 내서 공동구매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들옷은 착용하면 체감온도를 2도 정도 낮출 수 있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캠브리지멤버스), 디자이너 장광효(카루소), 동광인터내셔날(스위트숲, 여성복) 등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