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에 사는 A(35·여)씨는 얼마 전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영업점 ‘스피드메이트’ 직영점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최근에 이미 교환한 배터리 및 브레이크 라이닝에 문제가 있다며 바꿀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의구심이 생긴 A는 자차브랜드 정비소에 방문해 확인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는 “다른 정비소에서 확인하지 않았으면 수십만 원을 배터리, 브레이크 라이닝 교환에 날릴 뻔 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1일 “대기업이 운영하는 정비업체 직영점의 경우 본사 정직원이 아닌 기술용역 인력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준다”며 “그러다 보니 본인들의 영리를 위해 무분별한 부품 교체 및 교환을 일부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직영점을 운영하는 이들 기업은 자동차관리법에 위배되는 ‘외주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하게 하고 사업장을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점용하는 행위’는 불법 위탁영업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부터 대기업 직영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검토 움직임이 지자체에서 일기 시작했다.
수원시는 시내 스피드메이트, 오토오아시스 등이 직영하는 20여개 정비업체들을 대상으로 개선명령을 내리거나 이를 어긴 곳은 사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토해양부도 이들의 영업방식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반면 서울시 영등포구가 직영점 영업방식 관련 고발한 스피드메이트는 1심에서 문제없다는 법원 판결이 났지만 즉각 항소해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이달 중 2심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장관리, 고객불만, 유지, 직원교육 등 우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오직 정비기술 인력에 한해서만 기술용역을 주고 있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 초기부터 전직원이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딸 정도로 고객편의에 신경 쓰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영점 운영 방식 뿐 아니라 영세 카센터들의 골목 상권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침범, 가맹사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SK 스피트메이트를 비롯해 GS 오토오아시스,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기아차 오토큐 등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정비업 가맹사업체에 대한 불법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종로구에서 영세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52·남)는 “사후 관리 서비스만 하겠다던 대기업들이 일반 정비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어 우리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대기업 정비업체 1곳이 들어서면 최소 20개의 영세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위치한 C조합 협의회 관계자는 “전국의 카센터가 3만개가 넘는데 그 중 블루핸즈 가맹점 1400여개, 오토큐 800개 등 전체 대기업(자동차제작사, 손해보험사, 전문정비업체)이 운영하는 업체가 전체의 30%를 넘는다”며 “전체 정비업체 수는 2005년부터 변화가 없지만 대기업 비율은 2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자화, 첨단화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영세업체들은 첨단진단기, 설비 운영, 인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없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은 문제가 영세업체들이 힘들어진 이유”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영세업체들은 대기업으로 인한 피해 체감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자동차 정비업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진출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확대(34.4%)와 자동차 제작사 협력업체 확대(32.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대형마트 자동차부품 판매(18.3%)와 애니카 프로미 등 보험회사 프랜차이즈 확대(15.1%) 순으로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특히 자동차 전문 정비업이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선정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응답업체 93개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