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 워스의 콜로니얼CC(파70·7024야드)에서 끝난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40만달러).
최종일 18번홀(파4·441야드). 17번홀까지 존슨은 전날과 동타인 14언더파, 더프너는 4타를 잃어 11언더파였다.
18번홀에서 존슨의 세컨드 샷은 그린앞 벙커에 빠져 파온에 실패했다. 더프너는 러프에서 파온을 시켰다. 존슨의 벙커샷은 더프너의 퍼팅보다 홀에 가깝게 볼이 붙였다.
더프너는 버디퍼팅을 앞뒀고 존슨은 파퍼팅을 해도 우승이었다. 보다 먼 거리의 더프너가 먼저 퍼팅. 그런데 존슨의 볼 마크가 더프너의 퍼팅라인에 걸렸다. 존슨은 퍼터헤드만큼 볼 위치를 옮겼다.
그런데 재미난 일은 여기서 벌어졌다.
존슨은 볼이 있던 원위치에서 퍼팅을 해야하는데 그대로 플레이해 파퍼팅을 성공시켰다.
이것이 문제였다.
존슨이 ‘오소(誤所)플레이(playing from wrong place)’를 한 것이다.
자칫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약 13억5900만원)를 순식간에 날릴 뻔했다. 물론 페덱스포인트 500점도. 존슨이 오소플레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스코어카드를 그대로 제출했다면 실격. 하지만 존슨은 이를 알고 2벌타를 부과 받고 1타차로 겨우 우승한 것이다.
오소플레이는 골프규칙 20조 7항에 의해 규칙위반을 인정하고 2벌타만 받으면 된다.
때로 실격도 된다.
오소플레이가 현격하게 드러나는 이로움을 주는 경우 다음 홀 티샷 전에, 혹은 그것이 마지막 홀이었다면 해당 홀의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에 2벌타 받고 원위치에 볼을 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격이다.
이 규칙은 페어웨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지난주 HP 바이런 넬슨 우승한 제이슨 더프너는 15번홀 세컨드 샷이 그린을 맞고 해저드에 빠지는 바람에 범한 더블보기가 ‘천추의 한(恨)’이 됐다.
국내 대회에서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티웨이항공오픈.
2명의 선수가 똑같은 규칙 위반을 했다. 그런데 한 선수는 실격, 다른 선수는 벌타만 받은 채 경기를 마쳤다.
스트로크나 드롭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플레이를 한 방두환(25)은 실격처리됐다. 똑같은 규칙을 위반한 정지호(27)는 2벌타로 끝냈고.
방두환은 규칙 위반 사실을 모르고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했기에 실격이라는 판정이다.
정지호는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냈지만, 규칙 위반 여부를 경기위원에게 문의한 점을 고려해 다른 판정을 내렸다.
방두환은 대회 2라운드 11번홀(파5)에서 티샷한 볼을 오른쪽 해저드에 빠뜨린 뒤 1벌타를 받고 드롭존에서 세 번째 샷을 했다.
아뿔사, 그런데 이 드롭존은 골프장 측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것. 이번 대회 출전한 선수들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곳.
같은 날 15번홀(파5)에서 정지호도 똑같은 오소 플레이를 했다. 스코어카드에 2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도 실격당하지 않고 4라운드까지 경기를 다 마쳤다.
이 사실을 경기위원에 문의한 정지호의 오소 플레이에 대한 2벌타는 최종 스코어에 반영돼 그는 공동 15위(1언더파 287타)를 차지했다.
정지호는 2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스코어카드 접수처에서 경기위원에게 오소플레이 문의했지만, 당시 경기위원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를 경기위원의 오판으로 인정했다.
‘경기위원의 오판으로 선수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 규정을 들어 정지호를 실격 처리하지 않았다.
웃지못할 해프닝이었다. 경기위원을 실격시켜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