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의 공업용 과산화수소로 만든 치아미백제를 환자에게 사용한 대형 치과그룹이 경찰에 적발됐다.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는 이시림은 물론, 목과 식도에 화상까지 입힐 수 있지만 환자유인을 위한 저렴한 ‘미끼상품’으로 불법 치아미백 시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보건당국은 단속에 소홀했으며 관련 법령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공업용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불법 치아미백제를 환자에게 쓰도록 지시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A치과그룹 대표 김모씨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또 지점 병원장 박모씨 등 소속 의사와 상담실장 등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치과그룹 산하 111개 지점 중 21곳의 치과의사 23명은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지 않고 34.5%의 고농도 과산화수소수와 치아연마제인 브라이트 파우더를 섞는 방법으로 치아 미백제를 제조, 시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병원으로부터 불법미백제 시술을 받은 환자는 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전문가 시술에 의한 치아 미백용으로 식약청의 허가받은 제품의 과산화수소의 최대농도는 15% 정도이며 일반 미백은 3.4~4.5% 정도까지만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결과 이번에 적발된 미백제에서는 과산화수소가 31~32%나 검출됐다. 또 이같은 미백제로 시술을 받으면 이시림 증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섭취할 경우 입, 목, 식도에 심한 자극과 약품 화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그룹치과 측은 “아직 혐의가 있을 뿐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아직 부작용 사례도 나오지 않았으며 다른 치과들도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불법 치아미백 시술로 2년 넘게 수많은 환자가 피해를 봤지만 보건당국은 손을 놓은 채 수수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청이 지난 2006년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에 무허가 치아미백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문만 보냈을 뿐 제대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식약청은 “허가된 농도 이상의 과산화수소로 미백제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지만, 의사가 이를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분류돼 종이펄프나 섬유 표백, 폐수처리 등에 사용된다. 환경부 고시에서도 과산화수소를 6% 이상 함유한 혼합물은 ‘유독물’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보건범죄단속법령 어디에도 과산화수소 같은 유해 물질의 함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관련 법령에 과산화수소수의 유해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통계 기준이 없어 불법 치아미백제 제조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이 어렵다”며 “이에 대한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