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스마트學]IT업계의 두 얼굴

입력 2012-05-24 10:21 수정 2012-05-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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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산업부 팀장

고대 로마신화에는 문(門)의 수호신‘야누스’라는 신이 있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탓에 오늘날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하면 이중성을 나타내는 모습을 일컫는다.

최근의 IT업계를 보고 있노라면 ‘야누스의 얼굴’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경찰은 최근 다날과 KG모빌리언스 등 국내 주요 온라인결제 대행업체들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충격적인 것은 네이버, 넥슨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IT 대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당업체들에게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일부 이동통신사들도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이나 게임 사이트에서 30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는 보통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를 통해 처리한다. 이용자들이 구입한 콘텐츠 비용은 나중에 이용자가 납입하면, 대행업체의 정산과정을 거쳐 포털이나 게임업체로 넘어가게 된다.

포털과 게임업체들은 콘텐츠 판매대금의 조기회수를 위해 정산기간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포털과 게임업체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 경찰이 혐의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혐의점이 사실이라면 한 마디로 자사 수익창출을 위해 고객 개인정보를 팔아먹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개인정보 유출기간도 수년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그나마 개인정보 유출이 당사자들끼리만 이뤄져 외부유출은 안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사실이 다행(?)인 셈이다.

국내 IT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벤처붐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IT기업들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고, 그들은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적게는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대의 주식부자가 됐다.

하지만 성장의 달콤함에 취해서였는지 대형 IT업계의 역기능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수사선 상에 오른 대표적인 기업인 네이버는 검색광고 대행시장, 부동산 검색시장, 오픈마켓 등 사업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넥슨은 최근 온라인 게임중독으로 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책임소재로 지목됐던 대표적인 기업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IT 대기업 중 이들 두 곳은 사회공헌사업에도 매우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네이버는 공익 서비스 해피빈을 통해 네티즌과 함께 재능기부에 나서는 한편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신용카드 포인트 등을 통해 적립한 ‘콩’으로 많은 사람들과 기부에 나서고 있다. 또 최근에는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위해 자회사인 웹젠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인수했다.

넥슨도 지난달 부산에 ‘더 놀자’라는 사회공헌시설을 건립,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갖춘 문화시설을 통해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현재 경찰이 수사중인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판매대금 조기회수를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사과정에서 양사의 개인정보유출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고객정보를 팔아 번 돈이 사회공헌에 사용된 셈이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수익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박수를 쳐 줄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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