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오디션공화국 그리고 성추문

입력 2012-05-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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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연예팀장

영화 ‘돈의 맛’이 15일 언론에 공개됐다. 16일 개막하는 제65회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환갑을 넘긴 윤여정 백윤식 두 배우의 화끈한 열연이 영화의 관심을 높인 듯 했다. 영화 공개 전에는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최고의 미쟝센”이라며 ‘돈의 맛’을 극찬한 소식도 전해졌다. 현지 공식 상영일은 영화제 폐막 하루 전인 26일로 잡혔다. 영화제 상영 관례로 볼 때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돈의 맛’이 공개된 뒤 화제의 포인트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영화 속 윤 회장(백윤식)의 대사다. “몇 년 전 성상납 때문에 유서 남기고 자살한 연예인 있잖아…걔는 그게 죽기보다 싫었다는 거 아냐.”

2009년 자살과 함께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이른바 ‘장자연 성상납 폭로 사건’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언론계 고위 관계자부터 정재계 고위층까지 연루 의혹을 받으며 우리 사회의 더러운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사건은, 끊임없이 회자된 연예계 성상납 루머의 실체를 드러냈단 점에서 그 충격파가 대단했다.

영화 공개와 함께 불거진 이 치부가 최근 한 연예인의 성폭행 의혹 연루 사건으로 또 다시 확대 재생산될 조짐이다. 1990년대 가요계를 점령한 혼성그룹 ‘룰라’ 멤버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다. 초점은 ‘피해자가 주장한 일방적인 성폭행이냐’ ‘고영욱이 미성년자인지 알았다’ ‘또 다른 미성년 피해자가 있다’ 등이다.

문제는 고영욱의 성폭행 의혹 진실이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예계 성추문의 이유다. 대체 왜?.

1970~80년대 주먹구구식 매니지먼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금의 연예계는 산업화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체계적인 육성과 사후 관리 및 자체 사고 예방 시스템 등이 대기업의 그것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른바 연예인들의 ‘기획 상품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1990년대까지 연예인은 전형적인 ‘미남미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분야의 세분화가 이뤄지면서 각 기획사는 그에 걸 맞는 다양한 콘셉트의 스타 생산에 집중하게 됐다. 이는 결국 연예계 등용문의 확대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는 방송가의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도 연예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자, ‘연예인 병’으로 불리는 지망 열풍이 대한민국을 몇 년째 휘감고 있다. 문이 낮아진 만큼 그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과잉되면 당연히 ‘키’는 수요측에 넘어가게 된다. 이를 악용한 일부 연예계 몰지각한 실상이 지금의 여러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는 말은 어쩌면 그 문을 통과하려는 이들에게는 천상의 꿀맛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달콤한 꿀에 취해 두 눈이 멀고 귀가 닫혀 한 순간 피해자로 전락한 그들의 잘못을 논해야 할까. 아니면 모순된 구조 속 부속품으로 전락한 일부 연예 관계자들이 휘두르는 한 줌 권력이 문제일까.

방송을 앞둔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체 지원자 수가 최근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스타 열병, 연예계 성추문 그리고 원하는 자와 빼앗기는 자.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가장 치촐한 권력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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