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선’이 바꿔놓은 이정희·유시민·심상정의 운명

입력 2012-05-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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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치·도덕적 타격’ vs 유·심 ‘재도약 가능성’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이후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3인의 행보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부정 선거라는 악재 속에서 이들이 처한 계파와 위치가 다르기에 정치적 입지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당권파인 이정희 대표는 한때 ‘진보의 아이콘’으로 부각할 정도로 장래가 유망한 여성 정치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구좌파’의 이미지가 강해졌단 평이다.

일각에선 ‘종북주의자, 민낯을 보였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과 리더십은 사실상 바닥을 쳤다. 이에 따라 향후 조직을 추스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타격이 커 상당부분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향후 대권이든 당권이든 대중에게 주목을 받고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는 상당부분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이 대표가 이번 사태로 인해 ‘아바타·로봇’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며 “당분간 정치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비당권파인 유 대표나 심 대표의 경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지에 따라 당내 입지와 정치적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실장은 “유·심 대표는 진보진영에서 벌어진 비민주적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이미지가 향후 대중 정치인으로 도약하는 데 일정부분 도움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측도 유시민계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였고, 이 대표와 전면에 나서서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유 대표다. 이런 탓에 당 일각에선 “주류에서 밀려났던 유 대표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심 대표도 이 대표가 받은 타격과 비례해 상대적으로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심 대표는 이 대표가 대중 정치인으로 부각되기 전 진보진영에선 정통성을 잇는 대표적 좌파 여성 정치인으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당내 당권파 다수인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계가 주류를 이룬 상황에서 PD(민중민주)계열인 유·심 대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류를 전복시키고 비주류로서의 설움을 씻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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