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어버이날 ‘최고의 선물’

입력 2012-05-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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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로 듣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애잔하다. 노랫말처럼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을 바치다 자식을 품에서 떠나 보낸 노부부의 이야기는 모두의 부모 얘기고,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중략) 혼자서 끓여 먹었던 라면이 너무 지겨워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어. 그러자 어머님은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중략)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1990년대 말 최고의 아이돌그룹 ‘god’의 히트곡 ‘어머님께’의 노랫말도 다르지 않다.

아이 먹일 자장면 살 돈밖에 없어 당신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고, 가난하다 놀리던 부잣집 아이를 때리면 학교로 불려와 그 녀석 엄마에게 ‘사죄’를 해야 했다. 마침내 조그만 식당 하나 갖게 되어 가게 문을 연 첫날 어머니는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이 노래를 듣는 이른바 요즘 애들은 어떤 마음일까. 일부는 ‘아직도 그런 부모가 있나요?’ ‘에이, 부모는 부모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인생이 있는 것이지. 왜 구속받으며 살아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터다.

사실 기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신문 귀퉁이에 난 `대학광고`를 죄다 오려 보여주시며 ‘대학을 나와야 생활을 한다’고 다독였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나, 술독에 빠져 있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로 보듬어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매달려 주춤했을 때도 묵묵히 기다려 주던 것 부모 뿐이었다. 그즈음부터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세었고 어머니는 병을 얻으셨다.

세대가 달라지고, 풍속은 변했다. 기자도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다. 학교에서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조바심내고,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다르지 않을게다.

아내, 남편 눈치 보는 자식 부담스럽지 않게 60세가 넘어서도 돈벌이에 나서야 평범한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매년 이맘때면 꼭 나오는 설문 결과가 있다. 부모님은 어떤 설문을 원할까. 언제부터인지 ‘물건’이 아니라 ‘돈’을 더 선호한다는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

올해는 부모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카네이션’을 가장 받기 싫어한다는 조사결과를 내기도 했다. 결국 ‘돈’이 최고이니 그걸로 모든 것이 됐다는 의미인가. 하지만 어쩌면 이런 설문 자체가 ‘어버이’의 자식 생각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는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바쁜데 뭐하러 와, 그냥 시간날 때 들려서 밥이나 한끼 같이 먹지 뭐.’ 기자는 전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는 내 어머니의 이 말이 더 진실이라고 느낀다. ‘함께 밥 한끼 먹자.’

매년 돌아오는 하루지만 매년 그날이 되면 1년전 그날보다 더 많이 늙으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매번 다짐한다.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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