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던 A사는 대표이사 김 모씨의 무분별한 횡령과 타법인 출자 등으로 회사 경영이 악화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정리매매기간 시가총액은 10억대로 줄어들었고 이들은 총 5억을 투자해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다. A사는 소폭이지만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면서 영업을 해오고 있던 회사로 당시 채무가 200억이 넘었지만 채권 역시 50억 넘게 보유했다.
하이에나들은 제3자 명의로 가짜 채무를 꾸민 뒤 본격적인 채권회수에 들어갔다. 물론 채권 회수로 받아낸 돈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가짜로 꾸민 채무부터 변제시켰다.
기존 사업에 대한 영업권과 사업권에 대해서도 매각에 나섰는데 역시 매각대금은 가짜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본전(투자금) 이외에도 50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장폐지 기업을 통해 대박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에게 요즘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이들 사냥꾼들의 노림수는 분명한데 회사 경영을 통한 정상화 보다는 목전의 이익, 바로 현금이다. 상폐기업에 뭐 “먹을 게 있을까?” 싶지만 회사에 따라 빼먹을 수 있는 단물(?)은 무궁무진하다.
대상 기업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동산, 설비기계는 물론 기투자된 지분, 영업권, 사업권 등 소위 임자만 잘 만나면 ‘노나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꺼리가 꽤 많다.
채무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극복 가능하다. 제3자 명의로 가짜 채무를 꾸민 뒤 회사가 받을 돈 즉 ‘채권 회수’에 돌입하고 거머쥔 현금은 자신들이 가짜로 꾸민 채무 변제용으로 사용하면 그뿐이다.
이 방법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진들에게 대여 또는 투자의 형식으로 현금을 집행하면 된다.
아무리 휴지 값이 됐어도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려면 꽤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도 이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굳이 무리하게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할 필요도 없이 정리매매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감자와 증자를 연이어 실시하면 된다. 증자 시점에서 일정금액의 투자금을 넣으면 정리매매를 통한 주권매매 보다 값싸게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리매매를 끝으로 증시에서 퇴출된 기업 주주들의 피눈물 나는 얘기는 인터넷 주식사이트를 중심으로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회사 얘기지만 완전히 다른 풍경도 존재한다. 정리매매 종료 직후 일부 기업들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정리매매 기간의 의미있는 지분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물론 이들 기업의 신분은 코스닥상장사에서 기타법인으로 변동됐다. 회사 정상화의 일환인지 단물 빼먹기의 과정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