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정부의 초고층 활성화 방안에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심내 공장 등의 이전 부지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 허용하자 서울시가 딴지를 걸고 나선 것.
5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과 행정1·2부시장, 관계 국·실장 등은 초고층 빌딩 종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난 3일 회의를 열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초고층 빌딩을 건립을 허용할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해 시가 명확한 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서울시가 초고층 빌딩 건립에 대한 입장정리에 나선 것은 최근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 이후 그동안 묶여 있던 초고층 빌딩 개발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값 상승 및 투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국토부가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은 지구단위계획만으로 주거·상업 등 용도지역 간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용도지역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을 수립을 각각 따로 해야 했던 절차를 일원화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지난 3일 개정안 발표 당시 국토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삼표레미콘·롯데칠성 부지 등의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 취임 이후 초고층 사업 전면 재검토 방침으로 돌아선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달가울 리 없다. 5일 박 시장 등이 긴급히 모여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논의한 것도 초고층 사업 반대 의사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이 해당 지역과 주민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며 “자칫 인근 지역 투기 및 특혜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므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롯데칠성 부지, 서울승합 차고지, 상봉터미널, 성북역사 등 대규모 부지들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만약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본격적인 초고층 사업 걸어잠그기에 나선다면 이들 사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국토법 시행령 개정은 대규모 부지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전임시장 시절 서울시가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말바꾸기를 하면 곤란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