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시대는 가고 삼국시대가 다시 열렸다. 시청률 40%대를 기록하며 수목 안방극장을 집어 삼킨 MBC ‘해를 품은 달’이 막을 내리고 지난 21일 다시 시작된 공중파 3사 수목극 대전 1차전이 2주차에 돌입했다. 뚜껑을 연 MBC ‘더킹 투하츠’, SBS ‘옥탑방 왕세자’, KBS ‘적도의 남자’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패권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경주마의 호투를 위해선 마필관리사의 정성스러운 지원이 기본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작품의 성공에 있어서 마필관리사에 비견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적절한 제작비 분배 역시 제작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보통 미니시리즈는 회당 2~3억 원 선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특별히 힘을 줘야하는 장면은 배 이상의 돈을 쏟는다. 브라운관에서 제작사의 제작비 규모 및 투입 포인트 결정은 극의 완성도 및 작품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쏟은 만큼 보인다’란 명제는 불변의 법칙이다.
3사 드라마 중 제작비 톱은 MBC ‘더킹 투하츠’(극본 홍진아, 연출 이재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다. 평양신, 입헌군주제 설정 등 밑그림을 크게 그린 ‘더킹 투하츠’는 거액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더킹 투하츠’의 만듦새로 볼 때 회당 제작비는 기존 미니시리즈의 4, 5배는 족히 넘는다. 보통 미니시리즈가 작게는 회당 2억 원 선에서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킹 투하츠’는 8억 원 이상은 투입됐단 얘기다. 로맨틱코미디계의 블록버스터라 불릴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더킹 투하츠’는 CG작업의 연속이었던 평양신, 제복으로 준비된 거액의 의상비 여기에 대규모 제작진 투입까지 기존 드라마가 시도할 수 없는 ‘부르주아’스런 비주얼의 연속이었다.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 측 관계자는 “완벽한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킹 투하츠’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란 설정 아래, 남한 왕자 이재하(이승기 분)와 북한 장교 김항아(하지원 분)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때문에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북한 모습도 브라운관에 담아야 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높은 퀄리티의 CG 작업으로 평양을 생생히 구현했다. 특히 평양 지하철역이 등장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감탄케 했다.
의상과 소품도 제작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이 등장한다는 설정과 더불어 대한민국 궁전과 군을 그려야하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마다 손이 많이 갔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례로 대한민국 국왕 이재강(이성민 분)이 입는 왕복은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자체 제작했다.
SBS ‘옥탑방 왕세자’(극본 이희명, 연출 신윤섭, 제작 SBS미디어)는 초반 러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이 사랑하는 세자빈(정유미 분)을 잃고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신하들과 함께 21세기 서울로 날아오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현시대의 로맨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초반 재미를 담당하는 것은 300년 전 과거 시점이다. 제작비 역시 초반 2회분인 사극 장면에 상당부분 투입됐다. SBS미디어측은 “사극 장면에 가장 힘을 실었다”며 “그만큼 제작비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과거시점 구현을 위한 CG뿐만 아니라 사극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인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SBS측은 앞서 수목극 1위를 기록했던 MBC ‘해를 품은 달’의 한복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드라마 한 관계자는 “전문 디자이너의 한복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서 절대 저렴한 의상도 아니다”면서 “너무 화려하지 않게, 각 캐릭터에 맞춰 수위를 조절했다. 박유천의 한복이 가장 고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3사 중 유일하게 정통멜로를 들고 승부에 나선 KBS 2TV ‘적도의 남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용수, 제작 팬엔터테인먼트)는 현재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제작비는 ‘해를 품은 달’ 등 이전 드라마 대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필요충분조건인 볼거리는 짧고 굵게 준비했다. 첫 회에서 잠시 선보인 태국 로케이션 촬영이 바로 그 비밀병기다.
제작사 측은 “가장 제작비를 많이 투여한 장면을 꼽으라면 태국 로케이션이 될 것 같다”면서 “국내 촬영 역시 지방에서 진행돼 수도권 촬영보다는 지출이 큰 편이지만 동 시간 대 드라마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적도의 남자‘측은 3파전 대결에 임하는 부담은 상당하지만, 변칙보다는 정도를 지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에 대항할 무기는 작품의 기획단계에서 마련했다. ‘적도의 남자’의 선봉에는 김인영 작가가 서있다. ‘태양의 여자’로 필력을 인정받은 김 작가가 집필을 맡은 만큼 이를 통한 뒷심발휘에 내심 기대를 건다. 제작사 측은 “제작비를 특별히 추가로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 작가를 믿겠다”고 전했다.
‘더킹 투하츠’, ‘옥탑방 왕세자’, ‘적도의 남자’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55분 전파를 탄다.
박상미-안현희-유혜은 기자 enter5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