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외이사가 ‘허수아비’나 ‘거수기’ 논란에 휩싸이는 건 정권 실세와 줄이 닿아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이명박 정권과 사외이사’라는 리포트에 따르면 MB 집권 이후 공기업 2곳중 1곳은 이른바 ‘친이계’ 인물들이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이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여당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이 공기업 1곳에 대부분 한 두명씩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공기업의 특성상 형평성을 고려해 앉히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이나 관변단체, 군인 등도 사외이사 자리에 올라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전문가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사외이사로 첫번째 물망에 오르는 직종이 교수”라며 “서울대 전체 교수중 약 10% 가량이 영리기관에서 사외이사 등의 직책을 맡고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교수들은 사외이사를 겸직하면서 경영능력 향상 등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며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따로 챙겨 대가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교수 다음으로 사외이사로 많이 선임된 직종은 전·현직 정치인이다. 정치인 출신은 14명으로 14.7% 를 차지했다. 이어 기업인이 13명(13.7%), 노동및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이 8명(8.4%), 전현직 언론인 7명(7.3%), 연구소나 법무법인 등 기타가 22명(23.1%)이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이 시민사회단체 출신들까지 사외이사로 앉히는 건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기업 정관성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 선거법 위반 기준 미달 정치인도 사외이사 = 공기업 사외이사 중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거나 집권당인 새누리당 소속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때 마다 기업의 사외이사는 정권과 연관된 인사로 교체되는 것이 다반사다.
에너지 관리공단의 김영호 이사는 17대 대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선대위 환경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조용길 이사도 현재 새누리당 노동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당연직 이사 1명을 제외한 5명의 사외이사중 2명이 한나라당 간판을 갖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김상돈 이사(미디어 이슈& 편집위원, 대외협력본부장)도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이다.
사외이사 중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한 인사도 눈에 띈다. 최회원 한국지역난방공사 감사위원장(사외이사 겸임)은 새누리당 4·11 총선 비례대표로 공천 신청을 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강승규 이사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정치인을 사외이사로 앉힌 간 큰(?) 공기업도 있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2010년 12월 이진구 전 경주시의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이사는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 소속으로 출마한 김일윤 전 의원 선대본부장을 맡아 상대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대법원으로 부터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또 강선장 사외이사는 같은 공기업인 강원랜드 하이원 상임고문을 역임했고, 정동락 이사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재현 씨는 지식경제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으로 근무한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한국전력공사도 8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을 전직 공무원과 공기업 출신으로 채웠다. 한전은 중소기업청청장과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유창무 씨를 올해 2월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전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과 전 기획예산처 성과관리본부장을 역임한 남동균씨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한국전력거래소는 한국전력 처장 출신인 장정규 양산대 명예교수와 산자부 석유산업팀장인 이학노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한국전력기술도 강원랜드 사외이사 출신 윤수길씨와 , 전 국무총리국무조정실 정책 차장을 지냈던 최경수 씨를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