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nvestment Bank·투자은행)은 아직 은행원들에게도 생소한 분야다. 국내 은행에서 IB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원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굵직한 인수합병(M&A) 뒤에는 IB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M&A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아큐시네트 인수 뒤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IB부서가 모두 연관돼 있었다.
A은행의 영업부에선 근무하는 이모 과장은 “IB업무는 은행원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업무”라면서 “은행원이면서 은행원이 아닌 느낌이 들고,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실 IB를 담당하는 은행원들을 보면 ‘은행원’이라고 부르기 모호하다. IB사업부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투자금융, 인수투자, 프로젝트금융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업무도 M&A를 비롯해 신생기업 발굴, 투자, 융자, 기업공개(IPO),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승(PF) 등 다양해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서 일을 하다 자리를 옮긴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일각에서 은행의 직원이지만 은행원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했다가 15억 달러(1조 5000억원)가량 손실을 입기도 했다. 파생상품을 만들고 투자를 결정한 곳이 IB사업부다.
또한 일반 은행업무처럼 정형화된 틀이 없는 만큼 스스로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M&A 자금조달 역시 사안별로 방법이 달라 1년의 대부분을 업무파악만 하다 끝날 수 있다는 우스갯 소리도 들리는 부서다.
A 은행 관계자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한데다 최소 1~2년이 걸리는 프로젝트가 많다”면서 “몇년 동안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막판에 깨질 때면 눈 앞이 캄캄해 진다”고 말했다.
B은행 나모 부장은 “지난 2010년 터키 원자력발전소 금융지원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한국이 터키 원전 건설을 수주한 만큼 금융지원에 나서야 했지만,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파이낸싱에 나서기에는 규모도 컸고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터키 원전건설 수주가 무산됐지만 아직도 높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벽을 실감한 사건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