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정확성은 물론이거니와 정권에 유리하도록 수치를 ‘세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까지도 통계청이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통계치를 가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국민연금, 초고령사회 대책, 장기재정 안전망 등 정부의 각종 중·장기 정책의 기본 자료로 활용돼 국가 정책을 세우는 데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인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화제가 됐다.
통계청은 지난 2006년 발표한‘2005~2050년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통해 총인구가 2010년 4887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11년에는 ‘2010~2060년 장래인구추계’ 를 통해 2010년 총인구가 4941만명으로 집계됐다며 53만5000명이나 오차를 냈다.
예측치와 실제가 무려 제주특별자치도 인구(약 53만명)만큼 난 것이다. 또 인구정점 시기도 기존 2018년에서 2030년으로 12년이나 미뤄졌다.
통계청 인구추계의 정확성에 대한 불안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은 지난해 연도별 인구추계치를 발표하면서 2030년 5216만명, 2050년 4812만1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2006년 전망치인 2030년 4863만5000명, 2050년 4234만3000명과 각각 352만5000만명, 577만8000만명 차이가 난다. 부산광역시(약 339만명) 인구보다도 더 많은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같은 기관에서 발표된 전망치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통계청이 출산률, 사망률, 외국인 순유입률을 낙관적으로 적용해 인구추계를 발표했다”며 “경제정책 지표를 만들어내는 통계청이 5년 차이를 두고 인구추계 전망치가 많이 달라져 통계청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이 같이 심각한 오류를 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통계청이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끔 수치를 가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통계청이 추계인구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출생룰과 사망률, 외국인 순유입률 과대하게 잡아 생산가능인구는 늘리고 부양해야 할 인구를 줄여 잠재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보이게 끔 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게 된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도 “통계청의 인구추계는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게 끔 출생률과 사망률, 외국인 순유입률을 지나치게 높게 가공했으며 요즘 통계학계 내에서는 통계청이 ‘보은(報恩)통계’를 내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역대 통계청장을 보면 현재의 우기종 통계청장을 포함해 전원이 외부에서 임명된 인물들이다. 통계 업무와 무관한 경제부처 간부나 힘센 기관 출신이 통계청장 자리를 꿰차는 인사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의 영역이여야 할 통계치가 정권에 유리하도록 가공되고 있는 것은 통계청이 작성하는 추계인구 도출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어떤 에러를 어떻게 수정했는지, 모형은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등 통계청이 통계 추계치 작성법을 투명하게 공개해 외부 통계전문가들이 검증과 재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현재 정부가 내놓은 수치가 맞는지 틀린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통계청은 전문가가 배제된 채 공무원들이 구전화된 지식과 단순한 매뉴얼에 따라 추계치를 작성한다”며 “정부는 인구주택총조사와 장래인구추계를 통계청에만 맡겨두지 말고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은 장례인구추계가 어떻게 도출됐는지 방식을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고 있지만 아주 세세한 것까지는 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