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성향이 강한 생명보험사에서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의 격식파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격의없이 현장을 발로 뛰는 최고경영자(CEO)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삼성그룹 인트라넷에 오른 사내 인터뷰에서 “사장이 의전에 신경쓰면 회사가 망한다”면서 “지방에 출장가서 임원 차를 탄다고 엉덩이에 뿔 안 난다. CEO가 되려는 사람에게 정말 해주고 싶은 얘기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기업 CEO들이 권위를 내세우고자 의전에 연연하다 회사 분위기를 경직시켜 정작 경영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취임 이후 경영에만 전념해 왔던 박 사장이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자은 “현장을 모르는 CEO는 허수아비다”며 “CEO라면 우리 직원이 어떤 사무실에서 일하는지, 냉장고는 있는지, 화장실은 깨끗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컨설턴트를 포함해 직원이 4만5000명이며 96개 지역단이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6월 부임하자마자 현장부터 방문해 지난해 55개 지역단을 둘러봤다. 한 달에 반은 지점에 있었던 셈이다.
박 사장은 “내가 지점을 방문한다고 컨설턴트들이 종이학과 내 커리커쳐 준비했는데 사장 온다고 누가 지시했을 게 분명하다”면서 “‘종이학을 몇 개씩 접어라, 누가 그림 잘 그리냐’는 부담을 왜 주는가. 당시 호되게 나무랐다”고 전했다.
박 사장이 보는 보험은 ‘사랑’이다. 그는 “보험은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고,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해야 보험에 든다”면서 “사람에 관한 문제고, 그게 바로 ‘사람 사랑’이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대 출신인 박 사장은 삼성의 저력을 학연이 아닌 실력에서 찾았다.
그는 “삼성이 학연, 지연에 움직이는 조직은 결코 아니며, 누구든 실력이 있으면 자기가 바라는 대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삼성의 힘이 여기서 나오며, 35년간 삼성인으로 살아오면서 매일 자부심을 느끼고 삼성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