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31일 발표한 올해 금융감독 업무계획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급자인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건전성 관리 등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위기 관리'도 중점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강도 높은 금융감독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분쟁조정, 소비자 중심으로 = 금감원은 올해를 '금융소비자보호 혁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검사와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절차도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다. 우선 금감원은 지난 9월 2차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에 대해 현장조사·법률자문 등을 거쳐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분쟁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또 소비자의견 청취를 위한 현장조사와 ‘제3자 대면제도’를 활성화하고 의사·법조인 등 분쟁조정 전문위원도 확대키로 했다.
금융회사의 부적절한 소송제기를 막기 위해 소송제기 상위회사나 분쟁조정 미흡 회사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또 그동안 카드 복제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았던 마그네틱 카드 사용을 올 9월부터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3월부터 일부 시간대에 시범적으로 마그네틱 카드 사용을 차단하고 9월부터는 마그네틱 카드를 통한 자동화기기 이용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IC칩이 내장되지 않은 카드로는 자동화기기 이용이 불가능해져 마그네틱 카드 소시자들은 9월 이전에 IC 카드로 교체해야 한다. 금감원은 2009년 말 현재 마그네틱 카드가 2539만장 가량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 자산건전성 선행지표 모니터링 강화= 금감원은 올해 7개 은행과 3개 지주회사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원리금이 연체되고 대출이 부실해져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질 확률이 높다.
금감원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징후를 보여주는 선행지표에 주목할 방침이다.
한 부문의 연체가 다른 부문으로 옮아가는 `연체전이율', 대출의 취급시기에 따른 연체율, 한도성 여신(마이너스 통장 등)의 소진율 등이 선행지표다.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와 은행지주사의 지나친 자회사 간섭도 중점 점검 대상이다. 지주사가 관련된 은행의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지주사에도 책임을 묻는다.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외화 부문의 위기대응 조치는 더욱 강화된다.
금감원은 현행 원화 예대율처럼 외화 예대율도 단계적인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외화자산이 부실해질 위험에 대비해 은행의 외화 여신정책이 적절한지, 외화 여신관리는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꼼꼼히 따지기로 했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단기성과에 치중하는지, 지주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리스크와 자체 감사활동이 적정한지 여부도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리스크 수준과 영업특성을 감안해 우량부문에 대한 검사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환건전성 제고를 위해 중장기 외화차입의 만기연장비율이 100% 미만인 은행들의 외화자산 운용계획을 점검한다. 또한 위기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해외점포별로 외화유동성을 측정하고,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외화자산에도 예대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