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화하는 '기업 사회공헌활동'

입력 2012-0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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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명 외환은행 나눔재단 상임이사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료 급식 봉사나 김장김치 나누기 등 단순한 자원봉사활동 내지는 일회성 활동에서 진일보하여, 다문화가정이나 탈북자 문제 등 현재 우리 사회 전반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체계적·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그 일례이다.

사회공헌활동 추진 체계도, 기업 내부에서, 지금은 장학재단이나 공익재단 등 별도의 추진체를 설립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아울러, 사회공헌활동의 대상 지역도 점차 국내에서 국외로 확대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거시적 차원이든 미시적 차원이든 그 필요성을 재론할 여지가 없을 만큼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가장 기본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적·도덕적 책임에 이어, 이익을 내고 고용을 유지하며,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경제적 책임만으로는 기업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 꽃, 기업이 적극 나서야 = 이것은 자본주의의 진전과도 관계가 있다. 근래 부쩍 매스컴에서 ‘착한 자본주의’니, ‘창조적 자본주의’, ‘자본주의 4.0’ 등의 용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자본주의 4.0은 경제학자 아나톨 칼레츠키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시장 모두 잘못될 수 있고, 때로는 이런 오류가 거의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있다’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즉 정부가 간섭하지만 않으면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이론적 가정은 정치선전의 형태로 타락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에 따라 최근 경제학파들은 자본주의 4.0 개념을 활용해 정부의 역할 확대와 양극화 해소가 가장 큰 과제로 꼽고 있다.

국내외 경제 위기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나, 소득 양극화, 복지에 대한 욕구 증대 등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제들은 정부 차원에서만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업이 적극 동참해야 할 과제이다.

기업은 다양하고 풍부한 인적(인력·재능 등), 물적(자금·시설·물자 등)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하여 사회적 과제의 해결에 동참한다면, 더불어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난 해 발족한 나눔국민운동본부에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매년 사랑의열매나 구세군 자선냄비가 모금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 그리고 소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동참 같은 것이 그 좋은 일례일 것이다.

◇사회적 이슈에 선제적 대응해야 = 연전 미국 보스턴시립대학에서 열린 기업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 주제가 ‘전환점에 선 기업 CSR’이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히 NGO나 NPO의 지원 요청에 응하거나, 사업을 제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며, 각 기업이 더욱 전략적으로 그 일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CSR에서 S를 빼고 CR로 표현하여, CSR활동을 기업의 책임 또는 경영 그 자체로 규정하는 논자도 있었다.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세계를 선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가면서, 사회공헌활동의 양적·질적 확대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공생’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풀어내는 시대적 역할이기도 하다.

사회공헌활동이 날로 진화하여, 우리 기업들이 내외에서 더욱 사랑과 신뢰를 받으며, 기업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세계를 리드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권택명 외환은행 나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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